

"여기에 이기러 왔다.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드릴 것이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 입단 기자회견 당시 손흥민(33)이 밝힌 입단 각오였다. 매 경기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MLS 데뷔전부터 이같은 입단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의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파이어FC와의 2025 MLS 27라운드 원정경기에 교체로 출전하며 MLS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7일 LAFC 입단 기자회견을 가진 뒤 사흘 만의 데뷔전이다. 킥오프 불과 몇 시간 전에 P-1 비자 승인을 받은 그는 곧바로 이날 경기 출전을 준비했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1-1로 맞서던 후반 16분 교체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원정 경기인데도 손흥민이 교체 출전을 준비하자 뜨거운 환호가 경기장을 채웠다. 중계 카메라도 경기 내내 벤치에 앉은 손흥민을 자주 잡을 만큼 이날 손흥민의 데뷔전 여부는 현지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손흥민이 교체로 투입된 뒤 실점을 허용하며 LAFC가 1-2로 뒤지던 후반 32분. 손흥민이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후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한 뒤 골키퍼와 맞선 상황, 손흥민은 카를로스 테란에게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당초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으나 비디오 판독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데뷔전 데뷔골에 대한 욕심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팀에서 전담 키커 역할을 맡고 있는 드니 부앙가가 대신 손흥민이 얻은 페널티킥을 찼고, 다행히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후반 36분, 그것도 원정에서 만들어낸 값진 동점골이었다.
부앙가는 득점 이후 코너킥 라인 부근으로 달려간 뒤 텀블링 세리머니까지 펼치며 득점에 대한 기쁨을 누렸다. 다른 동료들도 부앙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손흥민만 달랐다. 부앙가의 페널티킥이 골망을 세차게 흐르고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오자, 손흥민은 우선 공부터 챙긴 뒤에야 부앙가에게 달려가 골을 축하해 줬다. 공을 하프라인에 놓고 빨리 경기 재개를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골을 넣은 팀이 공부터 챙긴 뒤 경기 재개를 재촉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다. 다만 골을 넣고도 지고 있는 등 팀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공을 빼앗으려는 선수와 공을 주지 않으려는 선수들 간 신경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LAFC는 이날 원정경기를 치른 데다 경기 후반부 귀중한 동점골을 넣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급한 쪽은 홈팀인 시카고였는데, 손흥민이 빠른 경기 재개를 위해 공부터 챙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일 입단 기자회견 당시 "이기러 왔다"던 입단 각오와 같은 맥락이기도 했다. 1-2로 뒤지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경기 막판 동점을 만들었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텀블링 세리머니 등 다른 동료들과 달리 손흥민만 그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동점골 이후 경기 재개를 앞두고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팀에 합류한 지 불과 사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리더십까지 발휘하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이 기대했을 역전골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점 3을 얻지 못해 실망스럽다"면서도 "다음 주에는 선발로 나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MLS 사무국은 무승부 직후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손흥민의 데뷔 소식을 전하며 "손흥민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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