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또 나왔다. 전남의 선제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된 건데, 중계 화면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온사이드로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5분 넘게 비디오 판독(VAR)이 가동되고도 득점이 취소된 데다, 하필이면 경기도 1골 차로 승패가 갈려 오심으로 판명되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의 판정은 10일 오후 7시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24라운드 전남과 천안의 맞대결, 전반 19분 전남 공격 상황에서 나왔다. 전남 김용환이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정강민에게 패스를 내준 뒤, 다시 패스를 받아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민준영이 페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고, 강력한 슈팅은 골대에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들었다. 이른바 원더골과 함께 전남이 0의 균형을 깨트리는 순간이었다.
전남 선수들은 이미 골 세리머니까지 마쳤는데, 박정호 주심은 좀처럼 경기를 재개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VAR 심판으로 나선 최광호·구은석(AVAR) 심판과 오랫동안 교신하며 오프사이드 여부 판단을 기다렸다. 이후 박 주심은 온 필드 리뷰조차 하지 않고 VAR 심판들과 교신을 거쳐 전남의 득점을 취소했다. 전광판엔 오프사이드로 인한 노 골 판정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주심 역시 오프사이드 제스처와 함께 득점을 취소했다. 민준영의 슈팅이 골망을 흔든 직후부터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무려 5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끝에 나온 판정이었다.
문제는 전남의 공격 전개부터 득점 과정까지 오프사이드라고 의심할 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중계 화면에는 김용환이 측면을 파고들던 정강민에게 패스를 내준 순간이 반복돼 나왔고, 주심의 제스처나 경기 재개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이 장면이 그나마 오프사이드 판정 대상이 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 장면마저도 김용환의 패스 순간 정강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단정하긴 어려웠다. 정강민보다 반대편에 있던 천안 수비수가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정확히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수비라인과 일(一)자로 잡힌 화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중계 화면에 잡힌 장면이나, 잔디 색을 통한 가상선으로 봐도 정강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해설진도 "완전히 수비라인과 일자로 보인 장면은 아니다. 우리에게 제공된 화면이 아닌, VOR(비디오판독실) 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으로 저 장면이 오프사이드라고 봤던 것 같다"고 추측만 하는 정도였다.
득점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인해 취소한 건, 그만큼 VAR 심판진도 명확한 근거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해설진 추측대로 VAR 심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오프사이드 장면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무려 5분이 넘는 비디오 판독을 거치고도 오심을 한 것도 문제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도 득점을 취소한 결정이라면 이는 치명적인 오심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심판 자질의 문제로도 직결되는 건 물론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득점이 취소된 전남의 3-4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리그 순위도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치열한 승격 경쟁 속 승점 1은 시즌 막판 의미가 크다. 만약 어처구니없는 오심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전남 구단과 팬들이 안아야 한다. 7골이나 터진 난타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둔 천안 입장에서도 찝찝한 뒷맛만 남게 된다.
국내 모든 심판에 대한 관리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K리그를 진행하는 심판 관련 업무 역시도 프로축구연맹이 아닌 축구협회로 이관된 지 오래다. 해당 장면이 정심인지, 오심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구단이 직접 협회에 공문을 보내야 패널회의를 거친 뒤 판정 리뷰 결과가 구단에 직접 회신되는 정도다. 가뜩이나 판정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례마저 오심으로 결론이 난다면, 심판과 판정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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