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리그2 전남-천안전 5분 넘게 비디오 판독 거쳐 오프사이드→골 취소 판정 축구협회 심판위 '오심' 결론

반전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득점 취소로 이어졌던 지난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판정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심·오심 여부보다 '왜' 그런 판정이 나왔는지에 더 관심이 쏠렸을 정도로 명백했던 장면은, 결국 심판진의 역대급 오심 사례로 남게 됐다.
13일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날 심판패널회의를 거쳐 전남-천안전 당시 전남의 득점 취소로 이어졌던 오프사이드 판정이 심판진의 '오심'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전남은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천안과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24라운드에서 전반 19분 민준영의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넣었다. 김용환의 크로스를 민준영이 왼쪽 페널티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올해의 골'감이라는 극찬이 나올 정도의 원더골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관장한 박정호 주심은 좀처럼 경기를 재개하지 않았고, 대신 오랫동안 VAR 심판진과 교신했다. 이날 VAR 역할은 최광호·구은석 심판이 맡았다. 당시 중계진조차도 공격 전체 과정을 다시 돌아볼 만큼 애초에 의심할 만한 장면 자체가 없었는데, 정작 주심과 VAR 심판진 교신은 무려 5분 넘게 이어졌다.
최종 판정은 정강민의 오프사이드였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김용환의 패스 타이밍에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정강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였다는 게 VAR 결론이었다. 상황 개입 여부 등을 판단할 필요 없이 선을 그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오프사이드 장면인 만큼 주심은 온 필드 리뷰 없이 VAR 심판들의 결정에 따라 득점을 취소했다.

문제는 중계 화면상 정강민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온사이드 위치였다는 점이다. 근처에 있던 다른 천안 수비수와는 경합 상황으로 볼 여지가 있었지만, 이미 반대편에 또 다른 천안 최종 수비수가 정강민보다 명백히 앞에 위치했기 때문. 굳이 세밀하게 가상선을 그어보지 않아도, 그라운드 위 잔디 색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비디오 판독 기술을 활용하고도 오심이 나왔다는 점도 문제지만, 무려 5분 넘게 비디오 판독이 진행된 결과라는 데 충격은 더 컸다. 심지어 세밀한 차이까지 파고들어야 할 오프사이드 경합 상황조차 아니었고, 그렇다고 광양전용구장엔 VAR 심판진이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장비가 설치된 것도 아니었다. 결국 VAR 심판진도 중계 화면과 같은 영상을 통해 판정을 내린 셈이다.
더구나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을 명확하게 잡아낼 정도가 아니라면 원심을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5분이 넘는 비디오 판독을 거쳐 기어코 득점 판정을 뒤집은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번진 이유다. 하필이면 이날 득점이 취소된 전남은 후반 난타전 끝에 천안에 3-4, 1골 차로 패배했다.
결국 경기 후 전남 구단은 상황을 정리한 뒤, 구단 내부 보고를 거쳐 대한축구협회에 정식으로 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도 결국 오심 논란이 일었던 이 판정에 대해 심판들의 판정이 잘못된 '오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왜 그런 판정이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심판진에 대한 징계 처분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VAR 심판진은 이번 시즌 K리그1 주심·부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이미 최근 K리그2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심은 기술적 결함 등 다른 핑계를 대기 어려울 만큼 명백했던 장면인 데다, 5분의 비디오 판독을 거쳐 원심을 뒤집은 판정이라 국내 심판진 전체 신뢰도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가뜩이나 시즌 내내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심판 양성을 위해 국내 어린 심판들이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오심은 각 구단과 팬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의 발언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문 위원장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K리그2에 있는 심판 가운데 주심 기준 10명 정도는 미래의 국제심판을 만들기 위해 들어온 심판들이다. 연령이 어리고 경험이 적다 보니까 심리적인 압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오심이 많다"면서 "물론 각 구단 감독님과 팬들한테는 죄송한 일인데 심판은 단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런 시기라고 본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날 함께 논의된 지난 9일 울산 HD-제주 SK전 득점 판정은 '정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울산은 루빅손의 슈팅이 김동준 골키퍼 손에 맞고 높이 뜨자, 에릭이 공 쪽으로 쇄도해 발끝으로 밀어 넣었다. 에릭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고, 부심도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을 거쳐 득점이 인정됐다. 에릭의 플레이와 무관하게 이미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는 판단이었다.
제주 구단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에릭이 쇄도해 슈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경기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오심이라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을 VAR이 뒤집은 만큼 주심이 이 장면을 다시 확인했어야 하는 지적도 나왔다. 심판위원회는 그러나 이날 당시 심판진 판정이 옳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이례적으로 자료 배포나 브리핑 등 방식으로 논란이 된 판정들에 대한 설명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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