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차례 찾아온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는데, 다음 타석에서 '결자해지'를 보여줬다. FA(프리에이전트) 유격수 심우준(29·한화 이글스)이 팀을 5연승으로 이끄는 적시타를 터트렸다.
심우준은 1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팀의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심우준은 두 번째 타석에서 찬스를 잡았다. 1-2로 뒤지던 한화는 4회초 1사 후 이진영과 안치홍의 연속 안타에 이어 최재훈이 발쪽에 투구를 맞으면서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심우준은 NC 선발 로건 앨런의 초구 슬라이더를 골라낸 후 다음 공을 커트하며 걷어냈다. 이어 3구째 낮은 체인지업을 받아쳤는데, 이 타구가 그만 3루수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김휘집이 3루 베이스를 밟고 1루로 뿌리면서 심우준은 병살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래도 한화는 5회 들어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와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로 4-2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어 최재훈이 몸에 맞는 볼로 살아나가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2번째 기회를 얻은 심우준이 일을 냈다. 그는 NC 2번째 투수 전사민의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3-유간을 가르면서 좌익수 앞으로 굴러갔고, 3루 주자 채은성과 2루 주자 이진영이 연달아 홈을 밟으면서 한화는 6-2로 달아났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이후 심우준은 5회말 맷 데이비슨을 잘 맞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는 등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팀도 9회 터진 문현빈의 쐐기 3점포 등을 앞세워 9-2로 승리, 파죽의 5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심우준은 "(4회) 만루에서 병살을 치긴 했지만, 다음 타석에서 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타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한번 더 믿어주셔서 칠 수 있었다"고 했다.
4회 상황을 떠올린 심우준은 "KT 시절부터 만루에서 3루 땅볼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3루 땅볼을 칠 생각이 없었고, 유격수와 2루수를 보고 치려고 했는데 자꾸 3루 땅볼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나도 미치겠어서 (병살타를 치고) 가만히 서있었다"고 고백했다.
한 차례 병살이 나오자, 다음 타구가 잘 맞았음에도 심우준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는 "또 (김)휘집이가 슬라이딩을 하더라. 진짜 미치겠다. 만루만 되면 왜 3루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동료들은 기뻐했는데, 그는 "들어와서 선수들이 '정말 큰 거 했다' 이런 말이 좋았다"며 "(채)은성이 형이나 (류)현진이 형이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베테랑 형들이 좋아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던 와중에도 김태연이나 양상문 투수코치가 지나가면서 심우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은 심우준은 올 시즌 타율 0.206에 그치고 있다. 타격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통산 타율이 0.251은 된다는 점에서 2025시즌은 그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한해가 되고 있다.
심우준은 "올해 유난히 타구들이 안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 정도 타율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1할대나 2할대 타율일 때 다 타구들이 잘 맞았는데 자꾸 잡히고 있다. 1안타 치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