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2206명.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 공식 관중 수다. 6만5000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관중석에 3분의1 정도가 겨우 채워진 셈이다.
상대가 누구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A매치는 흥행이 보장됐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수치다. 실제 지난 2017년 이란전을 시작으로 10일 브라질전까지,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16경기(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 제외) 평균 관중 수는 무려 6만1385명에 달했다. 단순히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해외파를 중심으로 한 선수 개개인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최근 A매치는 그야말로 '예매 전쟁'이 필요할 정도로 축구 최고 흥행카드였다.
5만명대 관중의 벽이 깨졌던 지난 6월 쿠웨이트전(4만1911명) 관중 수도 충격이었는데, 이번엔 심지어 3만명대를 넘어 2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2만명대 관중이 들어찬 것 자체가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2만8105명)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이날 2만2206명의 관중 수는 지난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 당시 1만6537명 이후 17년 새 서울월드컵경기장 최소 관중 기록이다. 지난 2019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기성용(포항 스틸러스)이 19세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할 때 이후 가장 적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셈이다. 그야말로 불명예 기록을 홍명보호가 쓴 셈이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37위 파라과이였다는 점이 이날 충격적인 관중 수의 이유는 될 수는 없었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태국전 관중 수가 6만4912명에 달했다. 축구 대표팀 감독 부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 속 치러진 지난해 9월 홍명보 감독 데뷔전 팔레스타인전조차 5만9579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긴 연휴가 끝난 직후 평일 저녁이라는 점, 최근 부쩍 추워진 날씨 등 여러 변수들 역시도 평균 6만명대 관중이 들어차던 경기장에 2만명이 겨우 넘긴 관중 수의 요인일 수 없었다.

사실상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호, 정확히는 홍명보 감독을 향한 싸늘한 팬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실제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은 정몽규 회장을 중심으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지난해엔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까지 더해져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팬심이 여전히 들끓고 있는 중이다. 이 여파가 결국 최고 흥행 카드였던 A매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A매치 열기가 꺾이기 시작한 게 '홍명보호 출범 이후'라는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매진 사례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시절은 물론 새 감독을 구하지 못해 황선홍·김도훈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던 시기조차 이어졌다. 그러나 거센 비판 여론 속 출범한 홍명보호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팔레스타인전부터 A매치 매진 흐름이 꺾여 관중 5만명대로 내려앉았고, 이어진 6월 쿠웨이트전엔 4만명대 관중에 그쳤다. 그나마 브라질전은 연휴와 상대 전력과 맞물려 6만3237명으로 잠깐 '반등'했으나, 파라과이전 2만명대 관중으로 민낯이 다시 드러났다. 특수성이 있던 브라질전을 제외하면 홍명보호 출범 이후 하락곡선이 뚜렷한 셈이다.
심지어 부정적인 여론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는 경기력 측면에서도 홍명보호는 팬심을 잡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경기력 논란은 늘 이어졌다. 여기에 나흘 전 브라질을 상대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과 0-5 참패는 결국 충격적인 파라과이전 관중 수의 직격탄이 됐다. 월드컵을 불과 8개월여 앞둔 시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야유를 넘어 이제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씁쓸한 현실과 마주한 셈이다.
낯설 수밖에 없는 이날 관중석 풍경과 마주한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추석 연휴 동안 오래 쉬시다가 갑자기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팬분들이 각자의 일상에 더 신경 쓰신 거 같다"면서도 "저희가 물론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장에서 잘해야 한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좋은 축구, 멋진 축구를 하면 분명히 다시 경기장에 오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장에 빈 좌석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팀이 정말로 어려웠는데 선수들을 믿고 찾아와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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