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로축구 K리그에서 결정적인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이 사실상 징계 없이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오심 해명에,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마저 빠르게 복귀하면서 판정에 대한 불신만 더 깊어지게 됐다.
'역대급 오심' 사례로 남게 된 지난 10일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천안시티전 당시 심판진들은 이미 현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비디오 판독 심판(VAR) 역할을 맡았던 최광호 심판은 23일 성남FC-경남FC전에서 대기심 역할을 맡았다. 보조 VAR(AVAR)이었던 구은석 심판은 그보다 더 빠른 15일 FC안양-포항 스틸러스전 부심 역할이었다. 그나마 전남-천안전 당시 VAR이었던 최광호 심판은 한 라운드에 배정을 받지 못했으나, 오심의 정도를 고려하면 이를 '징계'로 받아들일 팬들은 많지가 않다.
당시 VAR 심판진은 명백한 온사이드 상황을 오프사이드로 판정하고 전남 득점을 취소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남 민준영의 득점 직전 상황에서 정강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게 VAR 판정이었는데, 정작 정강민이 온사이드 위치였다는 건 중계 화면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VAR실에서는 5분이 넘는 비디오 판독을 거쳐 정강민의 오프사이드 판정과 함께 전남 득점을 취소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당시 판정이 '오심'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기술적인 문제'라고 해명해 논란을 더 키웠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잘 작동했던 온·오프사이드 라인이, 하필이면 그 장면에선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오프사이드 라인이 잘못 그어졌다는 게 심판위원회 해명이었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더라도 온사이드 상황이 워낙 확연했던 장면이었다는 점이다. 5분이 넘도록 비디오 판독을 하면서도 기술적인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인지하고도 판독 불가에 따른 원심 유지가 아닌 원심을 완전히 바꾼 결정을 내린 건 더 큰 문제였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그러나 이 오심을 심판들의 책임 대신 기술적인 문제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실제 당시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은 빠르게 현장으로 복귀했다.


한 경기에서 팔꿈치 가격 장면들을 두고 다른 판정을 내렸다가 두 판정 모두 '오심'으로 결론이 난 김종혁 심판 역시 곧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휘슬을 불었다. 김종혁 심판은 지난 15일 안양-포항전 당시 경기를 관장했는데, 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당시 김 심판의 팔꿈치 가격 관련 판정들이 모두 오심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김 심판은 다음 라운드인 23일 광주FC-강원FC전을 관장한 데 이어 이튿날 충남아산-부산 아이파크전에선 VAR 역할까지 맡았다.
안양-포항전 당시 김종혁 주심은 볼 경합 도중 상대 선수의 안면을 팔꿈치로 가격한 포항 이호재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당시 가격당한 김정현(안양)은 눈 밑이 찢어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반대로 주닝요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한 안양 권경원에게는 레드카드를 꺼냈다. 같은 경기에서 팔꿈치 가격 장면이 두 차례 나왔는데, 각각 경고와 퇴장이라는 서로 다른 처분을 내린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김종혁 주심의 이 판정들이 '모두' 오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호재는 경고가 아닌 퇴장을, 권경원은 퇴장이 아닌 경고를 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팔꿈치 가격인데도 판정이 각각 다른 것부터가 논란인데, 심지어 서로 달랐던 판정마저 모두 오심이었다는 게 심판위원회 설명이었다.
결국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의견 등을 따라 이호재에게는 2경기 출장 정지 사후 징계 처분을, 권경원에게는 반대로 사후 감면을 각각 결정했다. 만약 제대로 판정이 내려졌다면 안양은 이호재의 퇴장 이후 후반전을 수적 우위 속에 치를 수 있었으나, 오히려 후반 막판 권경원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린 채 0-1로 졌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따르면 승패 영향 등 심판의 오심 정도에 따라 3경기 출전정지 등 징계를 내리고, 위원회 판단에 따라 시즌 도중에도 해당 심판을 하위리그로 강등시킬 수 있다. 한 시즌에 걸쳐 누적된 평점에 따라 시즌을 마친 뒤에도 리그 간 심판들의 승강이 이뤄진다. 다만 최근 결정적인 오심들을 저지른 심판들은 하나같이 빠르게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사실상 심판위원회 차원의 징계는 없는 셈이다. 이미 오심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구단과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KBS스포츠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심판들을) 존중하고 좀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를 잘 운영하고 오심 줄여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심판들이)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됐을 때 자기 혼자만의 갈등, 심리적인 외로움이 엄청나다. 행정(징계) 처분을 받아 3주간 쉴 때 쓸쓸함도 많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거센 가운데, 최근 결정적인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이 빠르게 복귀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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