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가 아르헨티나 출신 마우리시오 타리코(52·등록명 타노스) 수석코치에 대한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징계 재심 청구를 앞두고 있다. 타노스 코치는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그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상벌위 징계가 적절한지 상벌위가 아닌 이사회 차원에서 다시 살펴봐달라는 청구다. 다만 역대 연맹 상벌위 징계에 대한 재심 청구 사례 가운데 이사회를 통해 취소되거나 감면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6일 전북 구단에 따르면 앞서 타노스 코치가 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인종차별적 언동을 이유로 제재금 200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징계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고, 타노스 코치건의 경우 오는 28일이 기한이다. 재심이 청구되면 연맹 상벌위가 아닌 연맹 이사회에서 청구 15일 이내에 재심 사유를 심의한다. 재심 사유가 인정되면 상벌위 징계 결정이 취소되거나 징계가 감면된다. 다만 이사회에서 재심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연맹 상벌위 징계가 유지된다.
만약 이번 재심을 통해 상벌위 징계 결정이 취소되거나 감면되면 '역대 첫 사례'로 남는다. 연맹에 따르면 앞서 재심이 청구됐던 역대 9건의 안건들은 모두 재심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연맹 상벌위 징계가 그대로 유지됐다. 당장 올해에도 '재심 기각' 사례가 있었다. 지난 6월 FC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이 심판 판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구단에 제재금 1000만원 징계가 내려지자 재심을 청구했으나, 연맹 이사회를 통해 기각된 바 있다.


연맹 상벌위에서 이미 내린 징계를 이사회에서 취소 또는 감면하는 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정상 연맹 상벌위원장은 연맹 총재가 이사회 동의를 받아 위촉하고, 위촉직 상벌위원 역시 총재가 위촉하도록 돼 있다. 상벌위 결정을 재심해야 하는 연맹 이사는 총재, 수석부총재, 사무총장을 포함해 K리그 일부 구단 단장, 대한축구협회 임원 등 13인 이내로 구성된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연맹에서는 상벌위가 독립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총재가 선임한 상벌위원장의 결정을 이사회 차원에서 뒤집는 건 결국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내부적으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징계 취소나 감면 가능성을 기대하기 위해선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명백한 근거가 필요하지만, 사실상 타노스 코치의 일관된 부인 외에 새로운 주장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연맹 상벌위는 더구나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행위자가 주장하는 본인의 의도보다는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어 그 원칙을 깨고 이사회의 징계 취소 또는 감면 결정이 나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타노스 코치는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경기 막판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양 검지로 눈을 당기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당시 김우성 주심은 이 행위를 인종차별적 의미라고 심판보고서에 적었고,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도 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후 연맹 상벌위는 인종차별적 언동으로 규정하고 제재금과 출장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구단에 따르면 이후 타노스 코치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힌 징계 결과에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구단에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내달 6일 광주FC와의 코리아컵 결승까지만 팀과 동행한 뒤 물러날 예정이다. 전북 구단은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기억이 쓰라린 아픔으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심 의사를 밝혔다. 인종차별 징계 및 타노스 코치의 사임 소식은 AP통신과 디애슬레틱 등 외신 등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 전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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