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꼴찌를 피하기 어려운 키움 히어로즈지만 올 시즌 행보는 어느 때와도 비교가 어려울 만큼 처참하다.
키움은 올 시즌 127경기를 치러 40승 83패 4무, 승률 0.325에 그치고 있다. 최하위에 그쳤던 2023년 승률 0.411(58승 83패 3무), 지난해 0.403(58승 86패)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100패, 3할 미만 승률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10구단 체제 최저 승률의 불명예로부터는 여전히 여유롭지 못하다. 2022년 46승 96패 2무, 승률 0.324로 극심한 부진을 겪은 한화 이글스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남은 시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 부진의 원인은 너무도 복합적인 요인들로 해석할 수 있다. 특급 선수들의 연이은 해외 진출, 그럼에도 투자에 인색한 구단 분위기 등 구조적인 문제가 크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시작부터 우려가 뒤따랐던 외국인 구성이 결국 가장 큰 원인이 된 모양새다.
루벤 카디네스(28)마저 이탈했다. 키움 구단은 1일 "카디네스가 지난 14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중 상대 송구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맞은 뒤 통증이 지속돼 1일 병원 검진을 받았다"며 "검진 결과, 새끼손가락 근위지절부위 미세 골절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3주 가량의 휴식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17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사실상 시즌 아웃이나 마찬가지다. 3주 만에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카디네스가 뛸 수 있는 경기는 현재 일정상 4경기에 불과하다. 카디네스의 이번 시즌은 여기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카디네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23승을 합작하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2위에 오를 정도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한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를 붙잡지 않았을 때부터 이러한 상황은 예견됐던 일일지 모른다.
명분은 있었다. 김혜성(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해 타선이 더 약화돼 이를 외국인 타자 2명으로 보완할 계획을 세웠다. 한 명의 외국인 투수는 좌완으로 생각했는데 헤이수스보다는 더 좋은 투수를 원했고 케니 로젠버그(30)를 옵션 10만 달러 포함 총액 80만 달러(약 11억 1400만원)에 데려왔다.
2022년 키움에서 뛰었던 야시엘 푸이그(35)에겐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9300만원)를 보장해줬고 카디네스와는 옵션 15만 달러 포함 총액 60만 달러(약 8억 36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모두 새롭게 계약을 맺는 선수들로 총 300만 달러까지 투자를 할 수 있었으나 거기서도 60만 달러를 남긴 240만 달러만 지출했다. 성공만 한다면 최고의 효율을 낸 외국인 농사라고 할 수 있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푸이그는 기대와 달리 40경기에서 타율 0.212 6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25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함께 5월 중순 팀을 떠났다. 키움은 KBO 20승 출신 투수 라울 알칸타라(33)를 대체 선수로 데려오며 옵션 포함 총액 40만 달러를 추가적으로 투자했다.

로젠버그와 카디네스도 부상을 입으며 일시 대체 외국인 라클란 웰스와 스톤 개럿을 영입했다. 로젠버그는 13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ERA) 3.23으로 활약했으나 부상이 장기화되며 결국 C.C. 메르세데스로 교체하며 28만 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카디네스의 부진도 뼈아팠지만 이미 2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소모한 키움으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안고가야 하는 카드가 됐다.
시즌 내내 부진을 겪던 카디네스는 8월 들어 타율 0.316으로 반등하는 듯 했으나 끝내 부상을 입었다. 86경기에서 시즌 타율 0.253 7홈런 42타점, OPS 0.702에 그쳤다.
결과적으로도 키움의 당초 외국인 구성이 실패로 결론을 맺었다. 물론 애당초 내세운 명분도 큰 설득력은 없었다. 오히려 돈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키움은 KBO 사상 최다 타이인 7명의 외국인 선수를 활용해야 했고 총 314만 5000달러(약 43억 8300만원)를 투자했다. 후라도와 헤이수스를 붙잡지 않은 것까지는 따져 들진 않더라도 300만 달러를 알차게 활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촌극을 빚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뒤늦게 영입한 알칸타라를 보면 그러한 생각이 더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이미 검증된 카드였던 알칸타라는 6월 합류 후 15경기에서 6승 2패, ERA 3.38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다. 퀄리티스타트도 11번에 달할 정도로 이닝이터의 면모도 뽐내고 있다. 처음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이런 선수들을 뽑아왔더라면 최소한 팬들의 허탈감은 지금보단 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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