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의 부상으로 1회부터 갑작스럽게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멀티히트에 결승타까지 터트렸다. 베테랑 안방마님 박세혁(35·NC 다이노스)의 깜짝 활약에 팀도 웃었다.
NC는 2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이로써 NC는 시즌 전적 57승 58패 6무(승률 0.496)가 되며 5할 승률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NC는 타선에서 김주원과 박건우가 각각 3안타를 터트렸고, 맷 데이비슨도 쐐기 솔로포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경기 도중 투입된 박세혁도 5타석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박세혁은 이날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1회말 수비부터 포수석에 앉았다. 선발 포수 김형준이 황재균 타석에서 투수 김태경의 변화구를 블로킹하다가 오른쪽 손목에 공을 맞은 것이다. 고통을 호소하던 김형준은 이를 참아내고 경기를 이어갔지만, 황재균과 강백호의 백투백 홈런으로 스코어가 0-4가 됐다. 결국 NC는 박세혁으로 포수를 교체했다.
갑작스러운 출격이었지만, 박세혁은 김상수와 이정훈, 강현우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게 했다. 이어 2회초 무사 1, 3루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NC는 한석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4회에는 1사 1루에서 진루타를 쳤고, 이번에도 한석현이 적시타를 치면서 2점 차로 쫓아갔다.

5회초 NC는 첫 타자 박민우가 2루타로 출루했고, 1사 후 박건우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오영수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아웃 상황에서 박세혁이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2루 주자 박건우가 전력 질주로 들어오면서 홈에서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 판정을 받았고, NC는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여기에 수비에서는 김태경에 이어 올라온 최성영(2이닝)-손주환(1⅔이닝)-전사민(1이닝)-김영규(1이닝)-김진호(1이닝)-류진욱(1이닝)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면서 무실점으로 리드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터트리며 박세혁은 이날 멀티히트로 경기를 마쳤다. 이호준 NC 감독도 경기 후 "타선에서는 박세혁, 박민우 등 고참들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따라붙으며 응집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박세혁은 "운이 좋았다. 정타로 친 건 없었다"면서도 "요즘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운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더 확신을 갖고 연습을 많이 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2회 몸에 맞는 볼로 나가기 전 박세혁은 5개의 파울을 연달아 쳐내면서 고영표를 괴롭혔다. 그는 "홈런 30개를 칠 수 있다면 뻥뻥 칠텐데 그건 아니다. 순위 싸움 중인데 베테랑으로서 나가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그런 거 아닐까 싶다"며 "삼진을 먹더라도 끈질기게 하는 야구가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세혁은 본인의 결승타 순간을 떠올리며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박건우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오랜 정이 있다. 몸도 힘들텐데 열심히 뛰어줘 고맙고, 그게 팀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 있었던 팀(두산 베어스)에서도 그런 게 좋았기에 우승도 많이 했다. 그런 부분 하나하나가 원팀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얘기했다.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4년 46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적한 박세혁은 첫 시즌부터 후배 김형준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제1백업으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출전 기회가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며 1군 40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은 0.121에 불과했다.
박세혁은 "(1군에서 뛰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1군에서 함성을 들으며 도파민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통해 2군 선수들에게 많은 걸 느꼈다. 그 선수들이 '학생 때 선배님 팬이었다. 선배님 야구하는 걸 보며 열심히 했다' 이런 한 마디가 내 자존심을 높일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소속팀 NC는 여전히 5강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세혁은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가을야구에 가서 이른바 '가을냄새'를 맡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옆에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독해야 한다. 힘든 것보다 이룬 후의 쾌감이 더 좋다"며 "아파도 20경기다. 쏟아낸 후 뿌듯함이 있기에 힘을 주고 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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