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 타율 0.277, 후반기 0.411.
지난해 KBO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34·SSG 랜더스)는 후반기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예상치 못한 부상에 발목을 잡혀 2개월 가량을 결장했지만 이젠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방망이로 SSG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레디아는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팀은 2-1로 값진 승리를 거뒀고 공동 4위 그룹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와 승차를 1.5경기 차로 벌릴 수 있었다.
SSG는 기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팀 타율이 0.252로 최하위 키움(0.241) 다음으로 좋지 않은데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3.56에 달하는 엄청난 마운드의 힘 때문이지만 타선에서도 힘을 보태는 선수들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최정이 올 시즌 최악의 행보를 보이고 있고 박성한과 정준재, 최지훈 등도 지난해에 못 미치고 있다.

에레디아도 전반기엔 좋지 않았다. 4월까지는 타율 0.333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우측 허벅지에 표피낭종과 감염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시술을 받은 뒤에도 쉽게 나아지지 않아 2개월 가량을 쉬어가야 했다. 복귀 후 6월에도 타율 0.273에 그칠 만큼 에레디아 답지 않은 경기력이 계속됐다.
그러나 후반기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후반기 38경기에서 타율 0.411(141타수 58안타) 7홈런 23타점 18득점, 출루율 0.475, 장타율 0.638, OPS(출루율+장타율) 1.113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후반기 타율과 출루율 1위에 올라 있다.
어느덧 시즌 타율도 0.338(314타수 106안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수위타자는 빅터 레이예스(롯데·0.333).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져 규정타석을 채우기 어려워졌지만 장외타격왕으로서 뒤늦게나마 제몫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타격왕에 올랐던 지난해의 OPS 0.937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OPS 0.893으로 팀 내에선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서 에레디아는 기술적으로는 바뀐 게 없다면서도 이전까지는 스스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코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감을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최정과 마찬가지로 시즌 도중 예상치 못한 이탈이 오히려 체력적으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숭용 감독은 "에레디아도 (최)정이도 한 달 정도 쉬었다. 선수들이 작년이랑 다르게 지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정이, 유섬이, 에레디아를 계속 지명타자를 쓰면서 세이브 해주고 있다"며 말하기도 했다.
이는 남은 시즌과 나아가 가을야구에서 활약을 더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에레디아로선 간절한 가을야구다. 202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167(12타수 2안타)로 부진해 팀의 업셋패를 막아내지 못했다. 1점 차 패배가 두 차례나 있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나아가 내년에도 SSG에 남기 위해선 지금의 활약을 잔여시즌과 가을까지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에레디아는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있고 장타력에선 다소 아쉬움을 보이는 타자다. 이를 엄청난 타격 기술로 만회했지만 올 시즌엔 부상까지 겹쳐 기여도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2023년과 달리 가을야구에서 지금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에도 SSG 유니폼을 입은 에레디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자연스레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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