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양궁 남자 리커브의 자존심을 지킨 대표팀 막내 김제덕(21·예천군청)이 더 높은 목표를 바라봤다.
김제덕은 11일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남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테오 보르사니(이탈리아)를 세트 점수 7-3(29-29, 30-29, 28-27, 28-30, 29-28)으로 승리하며 최종 3위를 확정했다.
2세트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1세트 1점을 나누어 가진 김제덕은 2세트에서 엑스텐 포함 10점의 3연속 쏘며 리드를 가져왔다. 3세트에서도 9점만 나란히 쏜 상대와 달리, 마지막 3발째를 엑스텐으로 쏘며 우위를 점했다. 김제덕은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한 보르사니에게 4세트를 내줬으나, 5세트 두 개의 10점을 포함해 29점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김제덕의 메이저대회 개인전 첫 입상이다. 2021년 17세의 나이로 첫 태극마크를 단 김제덕은 2021 앙크턴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들 모두 단체전에서 따낸 것으로 개인전에서는 아직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고 있었다. 2021년부터 참가한 두 번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개인전은 두 번 연속 8강에 드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3위에 올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제덕은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정말 즐거운 게임이었다. 손이 떨리는 타이트한 경기가 많았는데, 준비했던 과정과 결과 모두 만족하고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동메달을 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선 두 대회에서 모두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는데, 오늘도 8강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차피 선수로서 겪어나가야 할 과정이었고 부딪혀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단 부딪혔고 동메달을 따서 내겐 정말 영광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앞선 4강전이 아쉬웠다. 스페인의 안드레스 테미뇨 메디엘을 상대한 김제덕은 세트 점수 4-6(29-29, 28-29, 28-28, 30-29, 29-30) 간발의 차로 패했다. 마지막 5세트에서 김제덕은 엑스텐을 연거푸 쏘며 29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는데, 상대의 마지막 3발째가 9점과 10점 사이 라인에 걸쳤다. 판독 결과 10점으로 분류되면서 30점으로 아깝게 슛오프 기회를 놓쳤다.
이에 김제덕은 "내가 먼저 쏴야 하는 상황이라, 쏘고 기다리자는 마음이었다. 마지막 슈팅에 10점이란 생각이 들었고 손을 번쩍 들었다. 짧지만 정말 재밌고 짜릿했다"고 답했다.
한국 남자 양궁 리커브팀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김제덕 동메달로 16년 만에 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무리했다. 맏형이자 세계랭킹 2위 김우진(33·청주시청)이 불운한 대진표에 32강, 이우석(28·코오롱)이 최악의 컨디션에 장비 이슈까지 겹쳐 16강에서 떨어졌으나, 막내가 동메달을 건지며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었다.
김제덕은 "두 선수가 오늘 오전에 많은 조언을 해줬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할 테니 부담 갖지 말고 자신 있게 너의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쏘면서도 뒤에 관중분들이나 형들이 응원하는 게 다 들린다. 그 응원이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홈에서 치르는 세계선수권이 부담될 수 있지만, 난 굉장히 재미있었다. 사실 국제대회에서 이렇게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자리가 별로 없다. 많은 분이 광주를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셨는데 덕분에 힘이 생겼다. 4강전에서 졌지만, 3·4위전에 들어가기 전에도 자신감이 있었고 덕분에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한 한국은 남자 단체전 금메달 하나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에는 살짝 아쉬운 상황.
김제덕은 "한국 양궁 하면 무조건 금메달, 출전할 때마다 전 종목 석권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금메달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보시다시피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세계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타이트한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그저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밖에 없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이기려고 정말 큰 노력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건 여자 리커브 개인전이다. 강채영(29·현대모비스), 안산(24·광주은행), 임시현(22·한국체대) 모두 16강에 안착해 12일 같은 곳에서 금·은·동 싹쓸이를 노린다.
김제덕은 "아직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진출했는데 금·은·동을 차지할 것으로 믿고 있고, 나도 뒤에서 응원하겠다"며 "나는 오늘 동메달이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개인전 금메달이 없는데,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금메달의 꿈을 다시 한번 꿔보겠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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