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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직전까지 대회 괜찮냐고..." 예고된 KOVO컵 파행 운영, 대회 취소 9시간 만에 '재개 결정'까지 나왔다

"개막 직전까지 대회 괜찮냐고..." 예고된 KOVO컵 파행 운영, 대회 취소 9시간 만에 '재개 결정'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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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기자
KOVO 연맹이 14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를 앞두고 남자부 경기 무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OVO 연맹이 14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를 앞두고 남자부 경기 무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명색이 한국 4대 프로 스포츠에 속하는 종목의 컵대회가 개막 후 하루 만에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가 9시간 뒤 재개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4일 오전 9시 "오늘 새벽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를 다음의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음을 승인받았다"고 공식발표했다.


앞서 KOVO는 FIVB의 대회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자체적으로 이날 오전 0시를 시한으로 뒀다. 이 시점까지 FIVB의 승인 회신을 받지 못하면 대회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 FIVB로부터 회신받지 못한 KOVO는 자정을 넘긴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전면 취소를 알려왔었다.


파행 운영의 시작은 FIVB에서 한국배구협회 국제 팀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FIVB는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2025 FIVB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3주 이상의 휴식기를 가진 뒤에 리그를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웠다. KOVO는 컵대회를 정식 대회가 아닌 이벤트성 대회라는 판단하에 개최를 강행했는데, 이에 FIVB가 제동을 건 것이다. 또한 FIVB는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을 강행할 경우 정규시즌에 필요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도 불허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이를 전달받은 KOVO는 '일단' 12일 오후 각 구단에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일단' 13일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개막전이 진행됐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 남자부 대회 취소를 발표했던 한국배구연맹(KOVO). /사진=한국배구연맹 SNS 갈무리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 남자부 대회 취소를 발표했던 한국배구연맹(KOVO). /사진=한국배구연맹 SNS 갈무리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FIVB의 개최 허가 답변은 여전히 없었고, 세계선수권대회 예비 엔트리 선수의 출전 여부가 문제도 됐다. 이에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제2경기가 14일 오전 11시로 연기, 취소, 오후 4시 경기로 다시 재배정해 진행된 것이다.


취소 후 재개된 결정도 다이나믹했다. 한 KOVO 구단 관계자 A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대회 취소 이야기가 나온 후 선수들은 모두 그렇게 알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연맹에서 새벽 4시쯤 다시 해야 하지 않겠냐는 공문이 왔고, 단장 간 회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 새벽 5시쯤 다시 경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고 선수들에게도 일어나자마자 그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새벽 사이 바뀐 결정에 팬들은 물론 선수, 감독, KOVO 구단 관계자들 모두 이른 아침부터 혼란에 빠졌다. 대회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일부 선수가 연고 지역으로 올라간 구단이 있었고, 이미 돌아갈 채비를 다 마친 상태에서 다시 짐을 푸는 구단도 있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B는 "어디서부터 꼬인 줄 모르겠다. 사실 그전부터 컵대회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그래서 구단들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연맹에 문의했지만, 연맹은 '통상적으로 계속 그렇게 해왔다'고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에이전트 등 외부에서 그 이후로도 계속 이야기해서 의구심은 있었다"고 말했다.


14일로 연기가 발표됐던 KOVO컵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기. /사진=KOVO 제공
14일로 연기가 발표됐던 KOVO컵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기. /사진=KOVO 제공

문제가 될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선제적 조치 없이 강행했다는 점에서 KOVO 측의 방침과 대응은 안이했다는 말이 적절하다. KOVO컵은 연맹의 해석대로 이벤트성 대회로 정의한다 해도 그 규모를 볼 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남녀부 14개 구단과 그에 딸린 외주업체, 대회를 유치한 지자체와 지역 상권 그리고 먼 곳까지 찾아온 팬들과 그들이 불러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했다면 사전에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단 관계자 A는 "4월쯤 실무위원회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컵 대회 때 외국인 선수들을 뛰게 할 거면 ITC가 나올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연맹에서는 해석상의 문제가 있는데 그건 FIVB가 뭐라고 하면 우리도 그것과 관련해 대응할 논리가 있다고 했다. 배구 정규시즌 시작을 위한 홍보성 프로모션 대회로 대응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도 실무위원회가 3~4번 더 열렸고 그때마다 진짜 문제가 없냐고 이야기가 나왔다. 심지어 컵대회로 내려오기 직전까지도 에이전트들이 직접 연락이 와서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배구계 관계자들이 일찌감치 파행 운영을 예감하고 담담한 반응을 보여 더욱 씁쓸함을 남겼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 C는 "패턴은 비슷하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 급하게 메우고 넘어갔다가 그걸 다시 반복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대응이) 결국은 KOVO컵 대회 자체가 무산될 뻔한 상황까지 만들었다. 그 피해를 오롯이 팬과 구단이 받는 상황인데 연맹이 참 안 바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OVO는 외국 클럽팀에 해당하는 태국의 나콘랏차시마를 대회에서 제외하고, 국내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만 참가하는 것으로 재개를 결정했다. 또한 기존 예매자의 티켓을 전액 환불하고 예매된 좌석은 유지했다. 남자부 잔여 경기 모두 현장 선착순으로 무료 관람으로 진행될 예정됨을 알렸다. 그러면서 "계속된 번복으로 팬과 관계자분들께 혼란을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대회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남자부 2일 차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우리카드에 세트 점수 3-0(25-17, 25-23, 25-18), 삼성화재가 3-1(25-17, 25-19, 24-26, 25-21)로 KB손해보험을 꺾고 첫 승을 올렸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가 열린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가 열린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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