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 린스컴' 윤산흠(26)이 전년도 우승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호투하면서 한화 이글스의 18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 지었다.
한화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KIA에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80승 3무 53패로 3위 SSG 랜더스와 승차를 10.5경기로 벌리면서 잔여 경기(8게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2위를 확보했다. 한화가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 건 3위였던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KBO리그는 8팀 시절이었다.
18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윤산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윤산흠은 3이닝 동안 사구 하나만 허용한 채 3탈삼진 무실점 노히트 피칭을 했다. 이날 윤산흠은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했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오는 공의 궤적에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KIA 타자들도 걷어내는 것이 한계였다.
구위도 인상적이었다. 직구 위주의 피칭을 간파한 KIA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도 했으나,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서 내야 땅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윤산흠은 3회에도 직구 3개를 연거푸 몸쪽 높은 곳에 던져 삼진을 잡아낸 뒤, 김호령을 맞춰 처음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윤도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주축 투수들의 휴식에 신경 쓰던 한화에는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피칭이었다. 한화는 9월 들어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외국인 투수들에게 5일 이상의 휴식을 부여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번 주 시작 전까지 1위 LG 트윈스와 3경기 차로 치열한 순위 다툼 중이었으나, 한화 김경문 감독의 소신은 바뀌지 않았다.

로테이션대로면 18일 코디 폰세가 등판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윤산흠이 KIA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에 대등한 피칭을 선보이면서 3연전 중 가장 매치업을 이겨내며 4연승을 내달렸다.
윤산흠은 육성선수 출신 선수들의 희망과 같은 선수다. 광주화정초-진흥중-영선고 졸업한 그는 독립 리그 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9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두산에서 2년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다시 독립 리그 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프로 무대를 꿈꿨다. 그렇게 2021년 6월 한화에 입단한 그는 바로 첫해 1군 데뷔의 꿈을 이뤘다. 2022년에는 37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윤산흠하면 떠오르는 것이 미국 메이저리그 2회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 팀 린스컴(41)처럼 역동적인 투구폼이었다. 누워서 몸을 쥐어짜듯 던지는 투구폼은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구속과 볼거리를 제공했으나, 불안정한 제구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결국 2023년 5경기 평균자책점 6.00의 성적을 남기고,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먼저 다했다. 상무에서 몸무게를 10㎏ 증량하고 슬라이더를 추가하면서, 올해 6월 17일 한화로 복귀 후 10경기 평균자책점 1.84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윤산흠은 최근 대전에서 "투구 폼을 살짝 수정했다. 예전엔 몸을 더 많이 젖혔다면 지금은 세우려고 한다. 아무래도 증량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생각했고, 제구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힘을 쓰던 방향이 달라지니까 적응이 잘 안되더라. 그래도 이제는 제구와 구속 모두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이닝 소화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을야구를 앞둔 한화에 좋은 롱릴리프 선택지가 생겼다. 그러나 한화의 린스컴은 당장의 팀 성적에 집중했다. 윤산흠은 "가을야구에 가면 좋다. 자신감은 야구하는 선수라면 늘 갖고 있어야 한다. 타자한테 밀릴 거라 생각하지 않고 공을 던지고 있다. 만약 운이 좋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자신 있게 들어갈 것이다. 나는 타자와 싸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하던 것처럼 나에게 유리하게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화는 윤산흠의 역투 후 4회초 2사에서 노시환의 좌월 솔로포로 기지개를 켰다. 8회초 무사 1, 2루 대타 최인호의 우전 1타점 적시타, 문현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3-2 역전까지 성공했다. 노시환은 뒤이어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타로 개인 통산 두 번째 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자축했다. 이날 쏘아 올린 32호 포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도 김종수(1이닝)-황준서(⅓이닝)-주현상(⅔이닝)-박상원(1이닝)이 등판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불펜으로 전환한 엄상백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2승째를 챙겼다. 마무리 김서현은 9회 솔로포를 내주긴 했으나, 1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32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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