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의 '화력 담당' 육서영(24)에게 알고도 당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8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1(25-20 25-22 25-15 25-23)로 꺾었다.
이로써 IBK기업은행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통산 4번째(2013·2014·2016·2025) 컵대회 우승을 이뤘다. 파죽지세 전승 우승이다. 조별리그에서 정관장과 도로공사를 연이어 꺾은 기업은행은 준결승에서 현대건설을 잡은 뒤 결승에서 다시 만난 도로공사를 또 다시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결승전 MVP는 도로공사 '화력 담당' 육서영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를 얻어 이주아(2표)와 임명옥(1표)을 따돌리고 MVP에 올랐다. 이날 육서영은 서브 에이스 3개, 블로킹 1개 등 22점을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도로공사가 첫 세트를 내주고도 2, 3, 4세트를 내리 따낸 건 육서영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가능했다.
우승 세리머니 후 밝은 미소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육서영은 "우리가 여수로 오면서 '끝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이뤄진 거 같아 기쁘다"며 "MVP는 개인상이지만 모든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도와줬다. 그래서 의미가 깊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2년 전 대회 결승에서 GS칼텍스에 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아쉽게 준우승했다. 속상하고 아쉬움이 컸는데 기회가 와서 이번엔 꼭 잡고 싶었다. 때문에 이 상이 더 의미가 큰 거 같다"고 뿌듯해했다.
상대 도로공사 입장에선 '육서영 봉쇄'에 실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기업은행이 낮은 쪽으로 이동공격을 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어도 구성했다"며 "육서영을 집중 마크하겠다. 그의 공격 성공률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가 경기 핵심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육서영 봉쇄는 경기 초반에만 그쳤다. 육서영은 1세트 3득점에 머문 뒤 이후 19점을 쓸어 담았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초반에는 통했는데 후반에 반대쪽에서도 터지다 보니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1년 우승 이후 1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도로공사의 아쉬움은 큰 듯했다.

IBK기업은행은 마지막 4세트에서 6점 차로 밀리며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육서영의 오픈 공격과 블로킹 성공을 발판 삼아 추격했고 결국 역전에 세트를 따냈다. 육서영은 "스포츠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고 정해진 게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고 있어도 쫓아갈 수 있는 팀이란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욱 집중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25~2026시즌 V리그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육서영은 "시즌을 준비하며 선수들에게 새 선수도 있고 목표를 크게 잡자는 얘기를 했다. 말로 하면 이뤄진다"고 각오를 전했다.
기업은행은 황민경과 이소영, 아시아쿼터 알리사 킨켈라(호주)까지 경쟁력 있는 여러 아웃사이드 히터를 보유 중이다. 육서영은 "(새 시즌에) 누가 뛸지 모르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뛰는 게 맞다"며 "언니들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제 실력을 믿고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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