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무가내 귀화정책의 말로다.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이 외국 출신 선수들의 시민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영국 매체 'BBC'는 8일(한국시간) "FIFA가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가 외국인 선수들의 서류를 위조해 대표팀에 포함시켰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FIFA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는 행정 착오가 아닌 명백한 부정행위"라며 "FAM은 선수 7명의 조부모가 마치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것처럼 출생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서가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알렸다.
따라서 FAM은 35만 스위스프랑(약 6억 2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7명의 선수에게 1년간 국제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가 베트남을 4-0으로 꺾은 뒤 일부 선수의 자격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FIFA는 조사 끝에 "조부모가 실제로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브라질 등지에서 태어났으며, 말레이시아 출생이라는 증거는 모두 허위였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선수들은 가브리엘 펠리페 아로차, 파쿤도 토마스 하르헤스, 욘 이라자발(이상 스페인 출신), 호드리고 홀가도, 이마놀 마추카(이상 아르헨티나), 헥토르 세라노(네덜란드), 주앙 피게이레도(브라질) 등 7명이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FAM은 "해당 선수들은 모두 합법적인 말레이시아 시민이며, 서류상의 불일치는 단순 행정 오류"라고 주장하며 FIFA 징계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나 여 말레이시아 스포츠부 장관은 "FIFA의 발표는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모든 축구 팬들이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다. 항소 절차가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번 사건은 최근 동남아시아 축구계 전반에서 확산 중인 귀화 선수 의존 전략의 부작용으로도 풀이된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출신 교포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며 성공 사례를 만들자 여러 나라가 이를 모방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동남아시아 축구계의 무더기 귀화정책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축구협회가 말레이시아계 아르헨티나인 37명을 만나 공개 오디션을 통해 귀화선수를 모집했다"며 "오는 9월 평가전에 최소 6명에서 최대 10명의 귀화선수를 발탁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말레이시아 대표팀 26명 중 13명이 귀화선수였다. 당시 대표팀에는 브라질·콜롬비아·감비아 출신의 비혈통 귀화선수 4명, 영국 출신 3명, 호주 출신 2명이 포함됐고 코빈 왕 등 4명은 중국계로 확인됐다.
베트남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전에 나선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마치 라틴계 올스타 팀 같았다", "선발 선수 11명 중 9명이 귀화선수였다. 자국 선수들의 미래가 사라지고 있다"는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이번 주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에서 라오스와 맞붙는다. 그러나 7명의 선수가 징계로 빠지면서 전력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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