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전 관중 2만 2206명


그야말로 '흥행 대참사'다.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린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수가 2만 2206명으로 집계됐다. 6만 5000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인 데다, 그동안 많은 인기를 끌었던 A매치인데도 이번엔 2만명이 겨우 넘는 관중 동원에 그친 것이다.
이날 관중 수는 지난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 당시 1만 6537명 이후 가장 적은 관중수 기록이다. 당시 사령탑은 허정무 감독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2만명대 관중 자체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2만 8105명)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에 앞서 2009년 8월 파라과이전에도 2만 2631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바 있다.
그동안 A매치는 예매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관중수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은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 핵심 해외파들이 대거 소집된 최정예였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평일 저녁에 열린 경기,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파라과이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의 흥행 참패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미 경기 전부터 흥행 참사 분위기가 예고됐다. 경기 당일 정오에만 4만 5000장 이상 넘는 티켓이 예매되지 않았다. 킥오프 20분 전에도 4만 3000장 이상의 티켓이 남았다. 결국 킥오프 시점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빈자리가 더 많았다. 각 관중석 중앙 부근을 제외한 코너 부근은 1, 2층 대부분이 비워졌고, 원정 응원석 1층은 오히려 빈자리가 더 많을 정도였다.

자연스레 이날 분위기도 평소 A매치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함성이 가득했던 경기 전 선발 라인업 소개 장면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경기 중 붉은악마가 주도하는 응원이 경기장 전체로 확산되던 흐름 역시도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대한축구협회의 행정과 홍명보호를 향한 팬들의 차가운 반응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몽규 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행정은 최근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불거진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팬심이 싸늘해졌다. 적어도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지지는 여전히 뜨겁지만, 경기 중 전광판에 정몽규 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이 비치면 야유가 터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시절, 심지어 임시 사령탑 체제에서조차 이어지던 A매치 매진 사례가 지난해 홍명보 감독 데뷔전부터 끊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나마 나흘 전 브라질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상대 전력과 맞물려 6만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지만, 이번 파라과이전을 통해서는 결국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팬들의 차가운 시선이 2만 2206명에 불과한 처참한 관중수로 드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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