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가 확 갈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텅 비었고, 일본은 같은 날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며 환호했다.
홍명보호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파라과이를 2-0으로 이겼다.
승리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아쉬운 기록이 쓰였다. 파라과이전 공식 관중 수는 2만2206명이다. 6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3분의 1 정도만 채워졌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A매치 평균 관중이 6만 명을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 2017년 이란전을 시작으로 10일 브라질전까지 열린 16경기(무관중 경기 제외) 평균 관중 수는 6만1385명이었다.
5만 명대가 무너졌던 지난 6월 쿠웨이트전(4만 1911명)도 충격이었지만, 이번 파라과이전은 그보다 더 낮은 수치다. 서울월드컵경기장 2만 명대 관중은 2015년 자메이카전(2만 8105명) 이후 10년 만이며고 2008년 요르단전(1만 6537명) 이후 17년 새 최소 기록이다. 이는 19세 기성용이 A매치에 데뷔했던 시기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37위 파라과이였다는 점이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태국전에는 6만 4912명의 관중이 찾았고 홍명보 감독의 부임 논란 속 치러진 팔레스타인전조차 5만 9579명이 입장했다. 평일 저녁과 추워진 날씨 등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관중 급감 폭은 예외적이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냉랭한 여론이 관중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이후 팬심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A매치 매진 사례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은 물론 황선홍·김도훈 임시체제 때까지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홍명보호 출범 이후 하락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전에서 5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6월 쿠웨이트전에는 4만 명대, 이번 파라과이전은 결국 2만 명대로 떨어졌다.
경기력 역시 반전 계기가 되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10일 브라질전에서 0-5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례적인 관중수 급감에 캡틴도 놀랐다. 텅 빈 관중석을 확인한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은 파라과이전이 끝난 뒤 "추석 연휴 동안 쉬시다가 일상 복귀로 바쁘셨던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면 팬들이 다시 오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장에 빈 좌석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팀이 정말 어려웠는데 찾아와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어 "득점 여부를 떠나 어려운 1차전 패배 후 3일 만에 파라과이전을 극복한 선수들이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일본은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전에서 3-2로 승리하며 통산 14번째 맞대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앞서 10일 파라과이전(2-2 무)에서 승리를 놓쳤던 일본은 브라질전에서 3경기 무승 부진을 끊었다.


일본은 이날 전반전 두 골을 내리 실점한 뒤 후반전 세 골을 몰아치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특히 이토 준야(KRC헹크)는 교체 투입 후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 현지는 열광의 도가니다. 약 4만 8000명이 수용 가능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매진에 가까웠다. '스포니치 아넥스'는 "일본이 전반 0-2에서 후반 3득점으로 뒤집으며 브라질을 상대로 역사적 1승을 기록했다"며 "4만4920명의 관중이 환희로 들끓었다"고 보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분위기도 남달랐다. 일본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은 현지 기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에 웃으며 손 하트를 그리며 화답하기도 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관중석의 3분의 2가 비어 있었고, 도쿄에서는 4만 명이 넘는 팬들이 환호했다. 한국이 무기력과 무관심 속에서 17년 만의 최저 관중 기록을 썼다면, 일본은 사상 첫 브라질전 승리로 축구 열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대조적인 풍경은 두 나라 대표팀을 향한 팬심의 온도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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