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두 번이나 비로 인해 경기가 미뤄진 삼성 라이온즈. 일정에 혼란은 왔지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 한화 이글스의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이 비로 인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포스트시즌 2번째 우천 순연이다. 앞서 지난 1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과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비로 인해 취소됐다. 당시 인천 지역에 새벽부터 비가 내렸고, 워닝트랙 등에 빗물이 고이면서 경기 개시가 어려웠다.
이로써 이번 가을야구 전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만 두 번째로 경기가 밀리는 일을 경험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헤르손 가라비토를 예고했던 삼성은 하루 밀린 뒤에도 선발투수를 그대로 가라바토로 내세웠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리가 비를 몰고 다니고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올해 가을 들어 삼성은 비로 인해 고생하고 있다. 두 번의 우천 취소는 물론이고,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 2차전 모두 40분 이상 비로 인해 지연 개시됐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3차전 역시 경기 개시 후 갑자기 비가 내리며 37분 동안 중단됐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투수였던 원태인은 경기 종료 후 "최대한 빨리 재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저번(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엔 경기 들어가기 전에 밀렸는데 이번엔 지연이라 오히려 오늘이 힘들었다. 다시 외야에 가서 하고 캐치볼도 한게 그나마 다시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비가 오히려 올해 삼성의 가을야구 핵심 전략인 '선발야구'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아리엘 후라도에 이어 원태인까지 사용했던 삼성은 준플레이오프 들어 1, 2차전에는 이들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2차전이 하루 뒤로 밀리면서 두 선수의 휴식도 추가됐고, 이들은 모두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하며 플레이오프로 팀을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계획에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18일로 미뤄진 1차전에 가라비토를 예고했는데, 2차전 선발은 달라질 수도 있다. 박 감독은 17일 "오늘 정상적으로 게임에 들어가면 내일(2차전)은 최원태가 선발로 나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전이 연기되면서 하루의 시간을 벌었고, 그렇게 된다면 준플레이오프 3차전 등판 후 5일을 쉬는 원태인으로 바뀔 수도 있다.
최원태 역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던 선수다. 하지만 가을야구 2경기에서 모두 100구 이상 던지며 선발진을 지탱하고 있는 원태인이 먼저 나온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선발들이 매번 6이닝 이상 던지며 상대적으로 소모가 적었다고 해도, 불펜이 하루 더 쉴 시간을 벌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삼성 구원진의 허리를 지탱 중인 이호성과 배찬승은 모두 첫 풀타임 시즌이기에 체력적으로 힘겨울 수 있는데, 이를 비가 도와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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