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축구로 세계를 제패했다. 모로코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 에스타디오 나치오날 훌리오 마르티네스 프라다노스에서 펼쳐진 2025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으로는 최초로 4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모로코 축구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현재 모로코는 FIFA 랭킹 12위에 올라 있다. 세계 축구를 양분해 왔던 유럽과 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다. 한 마디로 모로코 축구의 황금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모로코는 2002년부터 2014년 월드컵까지 무려 12년 동안 아프리카 지역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로코 축구의 성장 비결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로코 축구 혁명은 2008년 시작됐다. 이 시기는 2007년부터 불어닥친 전 세계적 식량 위기로 북아프리카와 아랍국가들의 경제와 식량 공급 사정이 악화되던 때였다.
자연스럽게 당시 모로코 정부와 왕실에 대한 민심도 좋지 않았다. 이에 모로코의 국왕 무함마드 6세는 축구를 모로코의 사회와 경제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9년 수도 라바트에 그의 이름을 딴 무함마드 6세 축구 아카데미를 개설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923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 아카데미는 8개의 축구 그라운드, 실내 체육관, 의료 시설과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수영장은 물론 5성급 호텔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였다.
무함마드 6세 축구 아카데미는 곧 모로코 축구 유망주들의 요람이 됐다. 2022년 월드컵에 참가한 모로코 성인 대표팀 가운데 3명이 이 곳에서 성장한 선수들이었다. 이번 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모로코 팀 중에도 무함마드 6세 축구 아카데미 출신 선수는 5명이나 됐다.

모로코 왕실은 지역 축구 활성화를 위해 7000개의 축구 그라운드를 조성했고 모로코 축구 코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집중했다.
여기에 모로코는 무려 7조 원이 넘는 돈을 202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 개최와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위한 경기장 건립과 주변 인프라 개선에 투자했다.
축구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후원 속에서 모로코 축구는 다시 태어났다. 대표팀 감독 왈리드 레그라기(50)는 전임 감독이 소집하지 않았던 유럽파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했다.
대표적인 선수는 2명의 네덜란드 태생 모로코 스타 하킴 지예시(32·알 두하일)와 누사이르 마즈라위(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여기에 세계적인 오른쪽 윙백 아슈라프 하키미(27·파리 생제르맹)까지 가세하면서 모로코는 탄탄한 수비 조직을 바탕으로 한 빠른 역습 축구로 카타르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신기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모로코의 1차 목표는 지난 50년 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트로피다. 오는 12월 자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모로코는 우승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월드컵 100주년을 맞이하는 2030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모로코는 내년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국을 넘어 4강 신화를 재연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지난 2008년 왕실의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모로코의 축구 중흥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모로코 축구 영광의 시대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했다. 최근 모로코의 청년 세대들은 집회를 통해 모로코 왕실의 축구에 대한 과도한 투자에 불만감을 드러내고 있다. 축구장보다 병원, 학교, 주택과 함께 교통 시설 개선에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모로코 왕실과 정부는 의료 시설과 교육 시설 개설을 위해 21조 원의 예산을 책정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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