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팅만 하면 홈런왕이 나오고, 팀이 연승으로 가고, 경기를 뒤집는 홈런이 나온다. 박진만(49)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면담은 어떤 효과를 불러오고 있을까.
지난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 이글스의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 당시 삼성은 5회까지 0-4로 지고 있었다.
믿었던 선발 원태인이 한화 문현빈에게 1회 1타점 2루타, 5회 3점 홈런을 맞으면서 4점을 내주고 말았다. 타선 역시 루키 정우주에게 3⅓이닝을 틀어막혔고, 이후로도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1승 2패 상황에서 점수 차도 적지 않은 상황,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이어졌던 포스트시즌 여정이 마무리될 위기에 놓였다. 6회 시작을 앞두고, 박 감독이 선수들을 모았다. 그는 "긴장하지 말고, 여기까지 온 것도 잘했다. 재밌게 즐기고 타석에서 임해라"라며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삼성은 거짓말 같이 단 2이닝 만에 경기를 뒤집었다. 6회말 무사 1, 3루에서 구자욱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간 후, 김영웅이 상대 파이어볼러 김서현에게 우월 3점 홈런을 터트려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김영웅은 7회에도 스리런 아치를 그려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삼성은 7-4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이날 홀로 2홈런 6타점을 올리며 대활약한 김영웅은 위 일화를 소개하며 "감독님이 계신 자리가 팀에서는 제일 높다.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당연히 더 편하게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박 감독의 미팅이 한몫을 했다. 올해 삼성은 연승과 연패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8월 중순 5연패에 빠졌고, 8월 14일 기준 삼성은 5위 KIA 타이거즈와 5경기 차 8위까지 내려앉았다. 시즌 34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역전은 쉽지 않아보였다.
8월 15일부터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3연전을 앞두고 박 감독은 중·고참 선수들과 미팅에 나섰다. 그는 "시즌 끝을 보지 말고, 하루하루를 보자.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자. 젊은 선수들도 많으니 신나게 밝게 하자"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이후 삼성은 11경기에서 9승 1무 1패로 반전을 이뤄냈다. 같은 달 17일 롯데전에서는 3-7로 뒤지던 8회초 2아웃에서 김영웅이 동점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끈질긴 면모를 보였다. 베테랑 강민호는 "감독님과 미팅을 하며 그때부터 터닝 포인트가 됐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8월 22일 8위였던 삼성은 5할 승률 돌파 후 12일 만인 9월 3일에는 4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이를 끝까지 지켜내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4위 확정 후 한 차례 더 미팅을 했는데, 그는 "작년에도 한국시리즈 갔던 선수들이어서, 작년보다는 표정도 그렇고 팀 분위기에 여유가 있는 것 같다. 큰 경기를 한번 치르고 나니 여유가 있어보인다. 표정을 보니 더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며 믿음을 줬다.
올해 리그 최초 50홈런-150타점을 돌파한 르윈 디아즈의 폭발에도 박 감독이 도움을 줬다. 지난해 막판 활약 속에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디아즈는 시즌 초반 한때 1할 타율(0.196, 4월 5일 기준)까지 떨어지며 슬럼프에 빠졌다.
4월 중순, 박진만 감독은 디아즈와 미팅에 나섰다. 당시 박 감독은 "부담을 내려놓아라"라며 "외국인에게 홈런만 바라는 게 아니다. 필요할 때는 출루도 해줘야 한다"고 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던 디아즈가 조급하게 나서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후 4월 25일 대구 NC전에서 한 경기 3홈런을 터트린 걸 기점으로 디아즈는 살아났고, 결국 MVP 후보까지 오르게 됐다.
선수들을 잘 이끌고 가을무대에서 선전 중인 박 감독. 이제 운명의 시리즈 최종전을 맞이하게 됐다. 삼성은 24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한화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다. 삼성은 최원태, 한화는 코디 폰세가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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