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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왕옌청 한화행→아시아쿼터, 'K-야구' 해외시장 개척 출발점 될 수 있다 [류선규의 비즈볼]

대만 왕옌청 한화행→아시아쿼터, 'K-야구' 해외시장 개척 출발점 될 수 있다 [류선규의 비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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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입단 소식을 알리는 왕옌청. /사진=왕옌청 대만 현지 에이전시

2026년 KBO리그의 첫 아시아쿼터가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6개 구단(LG·두산·SSG·KT·한화·삼성)이 이미 계약을 발표했는데, 호주 1명·대만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 선수들이다. 대만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좌완 투수 왕옌청(24)이 유일하다. 아직 발표가 남은 4개 구단도 일본 선수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아시아쿼터 도입 소식이 나오자 가장 먼저 '대만 선수가 몇 명이나 KBO에 오게 될까'에 주목했다. 대만 선수가 KBO에서 뛰면 한국–대만 야구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을뿐 아니라, 대만에서 '야구 한류'가 형성돼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만 선수는 왕옌청 한 명뿐이다. 그나마 한화가 올 시즌 TV 시청률·입장수입·유튜브 구독자수 등 각종 지표에서 1위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인기구단으로 올라선 팀이라는 점이 기대된다.


왕옌청의 한화행은 대만에서도 관심 있게 다뤄졌다. 대만 언론은 '왕웨이중(33) 이후 두 번째 KBO 진출'이라는 제목을 달면서 2018년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왕웨이중을 소환했다. 당시 왕웨이중은 7승 10패 평균자책점 4.26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겨 이듬해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KBO 최초의 대만 선수라는 상징성 덕분에 대만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만 방송사(보스 스포츠)는 KBO 중계권을 구매해 왕웨이중이 속한 NC의 경기를 송출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할 때 한국 야구팬들이 TV 앞으로 모였던 풍경과 유사했다. 당시 KBO 중계권료는 공개되지 않았고 큰 금액도 아니었지만, 만약 대만 선수가 꾸준히 KBO에 있었다면 중계권료가 빠르게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왕웨이중의 KBO 생활은 한 시즌으로 끝났고, 이후 대만 선수의 KBO 진출은 끊겼다.


2018년 NC 다이노스에서 뛰던 왕웨이중. /사진=OSEN

사실 왕웨이중에 앞서 2010시즌을 마치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대만 투수 판웨이룬의 영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대만 프로야구(CPBL)의 FA 보상 규정에 막혀 계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26시즌 아시아쿼터 시행과 함께 왕옌청이 등장했다. 최근 한 대만 언론이 '왕웨이중의 롯데 자이언츠행'을 보도하는 일까지 있었다. 국내 언론에서 즉각 부인했지만, 이런 해프닝 자체가 대만이 한국 야구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만 야구가 한국 야구를 라이벌로 간주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아시안게임·프리미어12·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과 대만은 여러 차례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한국-대만전은 대만에서 시청률이 보장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대만에서 KBO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은 최근 대만 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 치어리더들이 현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치어리더 한류'를 형성하는 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 치어리더와 관련한 굿즈 판매·팬미팅·SNS 성장세는 대만이 K-야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장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만 선수가 KBO에서 활약하게 되면 이 관심은 '야구 한류'로 보다 더 확장될 수 있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대만 시장의 위상은 더욱 커졌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포스팅 자격을 얻은 CPBL 에이스 쉬뤄시를 역대 최고액인 3년 15억 엔에 영입했다. 이는 한국 선수 오승환이 2014년 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받았던 2년 9억 엔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단순 전력 보강이 아니라 대만 야구 시장 공략 전략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내년 1군 선수단을 이끌고 대만 원정을 떠나 CPBL 팀, 대만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동안 소프트뱅크와 같은 퍼시픽리그에 속한 니혼햄 파이터스가 왕보룽·손이레이·구린루이양 등 대만 선수를 꾸준히 영입하며 대만 중계권과 굿즈 시장을 독차지해왔다. 그런데 이제 소프트뱅크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만은 NPB에 있어 매력적인 해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NPB 퍼시픽리그의 대만 중계는 OTT 플랫폼 DAZN이 맡고 있다.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과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투구하는 왕옌청. /사진=뉴스1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볼 때 대만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활약을 펼친다면 KBO 중계권이 다시 대만에 판매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8년 중계권 판매 사례가 이미 있고, 왕옌청이 뛰는 팀은 KBO리그 최고의 인기구단 한화다. KBO 전체뿐 아니라 구단 단위의 개별 중계권 판매 모델도 생각해볼 만하다. 왕옌청의 선발 경기 패키지, 대전 야구장 옥외 광고를 포함한 대만 기업 스폰서십, 대전 직관 패키지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6년 만료되는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계약과 관련해 기존 중계권사인 CJ ENM(티빙)과 차기 계약에 대한 우선협상을 타결했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더 연장되며 계약 규모는 연간 900억 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계약(연간 450억 원)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 야구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부진해 국제 경쟁력 강화가 KBO의 숙제로 남고 있다. 이를 위해선 리그가 전반적으로 개방적 사고와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아시아쿼터를 단순히 팀 전력 강화나 FA 시장 억제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KBO 야구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계기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쿼터가 시행되는 지금, 대만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다. 왕옌청의 KBO 입성은 그 출발점이다.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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