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홈런 가까이 때려내며 핫코너를 지킨 내야수가 이번 가을 외야수로 변신했다. 손호영(31·롯데 자이언츠)은 왜 외야 글러브를 끼고 있을까.
손호영은 최근 열린 2025 울산-KBO Fall League에서 외야 수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0일 장쑤(중국)와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했고, 24일 LG 트윈스전부터는 중견수로 나섰다.
이 장면이 신기하게 보이는 건, 손호영이 프로에서 외야수로 나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LG에 입단해 2024시즌 초 롯데로 트레이드되는 등 KBO 리그 6시즌을 소화한 그가 외야 수비에 나선 건 지난 9월 19일 창원 NC전에서 좌익수로 1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손호영이 왜 외야까지 나서는 걸까. Fall League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내가 먼저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야로 나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코치님이랑 얘기했고, 그러면서 '한번 나가봐라,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좌익수와 중견수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손호영은 "좌익수로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견수가 더 편하더라"라며 "잘해서 그런 건 아니고, 잘 보이더라"라고 했다. 그는 "타구가 많이 오는 게 중견수라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손호영은 "외야 수비에 집중했다. 스스로 외야를 볼 수 있나 판단하려고 했다"며 "좋고 나쁘고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지만 일단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멀티 포지션을 보면 한 경기라도 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여기서 손호영이 왜 외야수로 나가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롯데에서의 첫 시즌 102경기에 출전, 타율 0.317(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70득점, 출루율 0.354 장타율 0.538, OPS 0.892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4월 하순부터 주전 3루수로 나서며 30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렸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야말로 복덩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97경기에서 타율 0.250, 4홈런 41타점, OPS 0.636에 머물렀다. 부상이 겹쳤고, 경기에 나올 때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붙박이 주전이던 3루수도 김민성과 박찬형 등과 나눠서 나와야 했다.
여기에 다음 시즌을 앞두고는 손호영 이전 롯데의 주전 3루수였던 한동희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돌아온다.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0 27홈런 115타점 OPS 1.155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당연히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손호영의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놓였고, 결국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멀티 포지션'을 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손호영은 폴리그에 출전했다. 이전까지 교육리그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폴리그는 유망주급 선수들이 출전한다. 손호영은 주전에 가까운 선수이기에 원래라면 나올 일이 없었다. 그는 "수비를 해보라고 해서 왔다. 외야 수비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돼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해보고 판단하시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야수로 나선 소감은 어떨까. 손호영은 "처음 해보는 거라 재밌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공수교대 때는 힘들더라. 생각보다 멀더라"라며 웃었다. 중학교 이후 외야수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그는 "그때 기억이 안 나서 새로 배운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얘기했다.
이제 손호영은 2일 출국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 참가한다. 그는 "뭐가 부족한지 아니까, 가서 내년 방향성을 잡고 오프시즌을 보낼 생각"이라며 "그래서 제일 중요한 시간이다"라고 했다. 이어 "멘탈이나 기술 모두 흐트러지지 않고 줏대 있게 밀고 나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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