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승리를 가져오는 게 가장 시급하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달라졌다. 볼리비아·가나전을 앞두고 '결과'를 강조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내용이 우선이었다. 평가전인 만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봤다. 선수 구성이나 전술 실험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이번 친선경기 2연전을 앞두고는 '승리'를 외쳤다.
실제 홍 감독은 지난달 브라질전 0-5 참패 이후 "이 시점에 평가전을 하는 가장 큰 목표도 그런 점(단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나오지 않았던 단점들을 찾고, 개선책을 미리 찾는 게 평가전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파라과이전을 앞두고는 "결과도 중요한 시기"라고 언급했지만, 동시에 로테이션이나 조합 등 "내부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테스트"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승리'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에 활용될 '포트2' 사수를 위해서다. 월드컵 조 추첨은 내달 5일 열린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48개국을 12개 팀씩 4개 포트로 나누고, 각 포트당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는 방식으로 조 추첨이 진행된다. 포트를 나누는 기준은 이달 A매치가 끝나고 발표되는 11월 FIFA 랭킹이다.
사실 한국은 매우 유리한 위치다. 개최국(미국·멕시코·캐나다)이 포트1에 자동 배정되고, 월드컵 본선 직행이 어려운 FIFA 랭킹 상위팀을 제외하면 FIFA 랭킹 24위가 포트2 커트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10월 기준 FIFA 랭킹 22위, 랭킹 포인트는 1594점이다. 그 뒤를 23위 에콰도르(1590점), 24위 오스트리아(1587점), 25위 호주(1584점)가 잇고 있다. 네 팀 중 세 팀이 포트2에 속하고, 한 팀만 포트3으로 떨어진다. 순위가 가장 높은 한국의 포트2 사수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다만 변수들이 있다. 우선 볼리비아전도, 가나전도 비겨도 포인트가 깎이는 상황이다. 볼리비아는 FIFA 랭킹 76위, 가나는 73위다. FIFA 랭킹 포인트는 두 팀의 포인트와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FIFA 랭킹에서 크게 앞선 한국은 볼리비아전에서 이겨도 2.7점 정도밖에 얻지 못하지만 비기면 2.3점, 지면 7.3점을 각각 잃는다. 가나전 역시도 거의 비슷하다. 이겨도 2.9점 정도 쌓는데 그치는 반면 비기거나 지면 각각 2점, 7점대 포인트가 줄어든다. 결국 무승부여도 포인트가 깎이고, 한 경기라도 지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권 팀들이 포인트를 쌓으면 순위 역전은 금세 일어난다.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PO)를 통한 진출팀의 포트 배정도 변수다. 당초 UEFA PO를 통한 진출팀은 포트4 배정이 유력했다. 현재로선 FIFA 랭킹 9위 이탈리아가 UEFA PO행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축구 통계 매체 풋볼미츠데이터는 PO팀들의 무조건 포트4 배정이 아닌, PO 대진의 상위팀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포트가 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이탈리아가 속한 PO 대진의 팀은 상위 포트에 자리하고, 포트2 커트라인도 24위에서 23위로 한 계단 오른다. 한국을 비롯한 포트2 경쟁 팀들엔 길이 더 좁아지는 셈이다.
포트2와 포트3은 차이가 크다. 물론 포트3 팀들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FIFA 랭킹이 더 높은 포트2팀을 최대한 피하는 게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결국 FIFA 랭킹 70위권대인 볼리비아·가나전 모두 승리하고, 추격하는 다른 팀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두 번의 평가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라며 "목표를 세우고 과정도 중요하지만, 포트2에 들어가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했다. 볼리비아전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 가나전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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