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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구단도 몰랐던 친선 매치·소통 앱, '선 넘은' 에이전시에 KBO도 나선다

"선수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 구단도 몰랐던 친선 매치·소통 앱, '선 넘은' 에이전시에 KBO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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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중단된 스포디 앱 화면. /사진=스포디 홈페이지 갈무리

"선수 다치면 누가 책임지나요?"


한 스포츠 에이전시의 기본 절차를 무시하고 도를 넘은 행위에 KBO 구단들이 뿔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 프로야구선수협과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KBO 선수만 60명 넘게 보유 중인 한 스포츠 에이전시가 추진하는 친선 대회와 유료 소통 앱이 뜨거운 감자다. 두 가지 사안 모두 KBO와 구단 실무자도 모르게 진행됐고, 선수들에게도 요약된 내용만 전달됐다. 구단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취재 과정에서 해당 소식을 처음 접하는 KBO 구단 관계자가 있을 정도로 특정 에이전시의 '구단 패싱'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KBO 구단 관계자 A는 2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보통 선수들의 비시즌 중 활동은 운영팀에서 확인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구단 그 누구도 사전에 협조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 확인 결과, 그저 직원 중 한 명에게 이런 대회가 있는데 해당 선수 응원가를 쓸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는 "절차가 아예 무시됐다. 대부분의 직원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선수랑만 이야기가 됐다고 한다. 이건 분명 KBO 규약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 자선 대회인 만큼 웬만하면 괜찮을 것이다. 취지가 취지인 만큼 구단들도 웬만하면 보내줬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건 누가 책임지나"라고 되물었다.


스포디 측은 지난 25일 공식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스포디 제공
/사진=KBO 제공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유료 소통 앱의 경우 엄연한 수익 창출 행위이기에 법적인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었다. 결국 해당 업체가 25일 저녁 직접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고 공식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선수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 스포츠로 올라선 KBO 리그는 높아진 인기만큼이나 선수와 그 가족을 향한 직접적인 악성 댓글 등 만만치 않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기존의 SNS를 통해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선수들에게 과연 익명의 소통 창구를 늘리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아이돌 문화에서 유래된 소통 앱이 야구 선수에게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KBO 구단 관계자 B는 "항상 구단에서 매 시즌 하는 선수단 소양 교육 때 하는 말이 SNS에 대한 것이다. 선수들이 하는 걸 말릴 순 없지만, 가급적 SNS상에 말하는 것에 있어 본인들이 공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조심하게 당부한다"라면서 "과거의 사례도 그렇고 실시간 채팅이나 앱을 통해 선수가 실수하고 (마음을) 다치게 되면 누가 책임지나. 에이전시가 나서서 막아줄까"라고 했다.


구단에 동의는커녕 사전 고지도 구하지 않는 쪽에서 과연 선수들의 보호를 위한 충분한 고민을 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KBO 구단 관계자 A는 "익명 소통 앱이 개인적으로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정확히 어떤 성격의 것인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진행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구단은 선수를 다루는 것에 있어 경기 하이라이트가 됐든 SNS가 됐든 절대 상대 팀과 관련 없는 것만 내보낸다. 선수들 멘트도 타 팀 팬이나 타 팀에 민감한 부분은 신중히 한다"고 꼬집었다.


KBO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KBO 관계자는 26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구단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걸 인지했다. 해당 사안들을 진행하는 데 있어 많은 것이 생략됐다고 파악했다. 물론 선수, 에이전트 대리인과 관련한 사안은 단독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기에 선수협과 논의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가면 나날이 높아지는 KBO 인기에 편승해 난립하는 각종 대회와 행사를 통해 구단의 권리가 침해받고 선수 보호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KBO 관계자는 "이번처럼 소통하는 부분뿐 아니라 현재 대리인 규정과 관련해 확실하게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대리인 제도는 선수들이 규약이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도와주라고 만든 것인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거꾸로 돼 있다. 그래서 한 번쯤 분위기를 바꾸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일은 그러한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스포디 측은 지난 25일 공식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스포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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