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번째 통합 우승에 성공한 LG 트윈스가 외국인 선수를 전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중 우승 청부사로 불린 앤더스 톨허스트(26)도 미국 도전 아닌 한국 잔류를 선택했다.
LG 구단은 "2일 오스틴 딘(32), 요니 치리노스(32), 톨허스트 등 외국인 선수 3명 전원과 재계약했다"라고 3일 공식 발표했다.
4년 연속 LG와 함께하게 된 오스틴은 지난해와 같은 총액 17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1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에 잔류를 결정했다. 1선발 치리노스는 40만 달러가 오른 총액 14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가장 높은 연봉 상승률을 보인 건 톨허스트다. 톨허스트는 총액 12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 8월 3일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0)의 대체 선수로 입단해 받은 총액 37만 달러보다 약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해 활약을 보면 합당한 대우였다. 시즌 중반 LG는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23의 에르난데스를 교체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에르난데스가 부상이 있었다 해도 교체까지 할 성적은 아니었다. 또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6경기 11이닝 무실점으로 단기전에 강한 모습이 있어 메이저리그 경험도 없는 톨허스트의 영입은 모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톨허스트는 LG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입단 첫 경기부터 내리 선발 4연승을 달리며 팀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세부 성적도 뛰어나서 8월 한 달간 4경기 평균자책점 0.36, 25이닝 25탈삼진으로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비록 9월 평균자책점 6.16으로 흔들렸으나, 최종 8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86, 44이닝 45탈삼진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8, 13이닝 2볼넷 12탈삼진으로 한화 이글스 타선을 꽁꽁 묶으면서 LG 통합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LG 염경엽 감독과 차명석 단장은 우승 확정과 함께 톨허스트를 비롯한 오스틴, 치리노스와 재계약을 결정했고,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톨허스트의 한국 잔류는 의외로 여겨질 법하다. 하루라도 젊고 경쟁력이 있을 때 못다 이룬 메이저리그 꿈을 위해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 2020년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크리스 플렉센(31),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뛴 카일 하트(33)도 그런 경우였다.
톨허스트도 201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3라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되고 빅리그는 끝내 밟지 못한 채 한국으로 향했기에 도전을 선택할 법했다. 하지만 톨허스트는 한국시리즈 전부터 LG와 동행에 만족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메릴 켈리, 에릭 페디 등 최근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KBO 외인 선배들의 성공적인 사례도 잔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즌 중 스타뉴스에 "톨허스트가 LG 생활에 꽤 만족해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한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나이가 어린 것을 알고 있고 한국에서 2~3년 더 뛸 생각도 있어 보였다. 오스틴도 많이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손으로 결정지은 한국시리즈 우승은 지금까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된 톨허스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올해 내 계획엔 없었던 여정이었다. 너무 좋은 팀에 합류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며 "오늘(10월 30일) 전까지는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오늘은 그 순간을 넘어섰다"고 벅찬 심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제 톨허스트는 첫 KBO 풀타임 시즌에 도전하며 자신이 진정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선수인지를 입증해야 한다. 톨허스트 영입을 담당했던 LG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 부머 프리스틴과 저스틴 던에 따르면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LG 외국인 스카우트들은 한국시리즈 중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톨허스트의 전 소속 구단에 물어보면서 이 선수의 성장 배경과 장점을 다 들었다. (분석 후)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외국인 선수들이 KBO로 넘어와 가장 얻어가는 점이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또 많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던지기 때문에 얻는 경험이 많다. 톨허스트도 그런 경험을 많이 쌓으며 통할 거라 본다.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라고 응원했다.
톨허스트 역시 재계약 후 구단을 통해 "2026시즌은 팀과 처음부터 함께할 생각에 기쁘고, 열정적인 우리 LG 트윈스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내년에도 LG 트윈스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