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간 KT 위즈 심리상담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안영명(41)이 프로야구 투수들의 경기 불안 요인을 다각적으로 접근한 박사논문을 발표했다.
안영명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몇 년간 심리 상담 코디네이터를 하다 보니 불안 요소와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대처 방법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논문 사례가 많이 없어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최근 안영명은 자신의 SNS에 "내 인생 첫 논문 투고. 실전 경험과 현실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현직 선수들이 봐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논문을 썼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인문적 연구가 되길 바라며"라고 자신의 논문 초록 사진을 함께 올렸다. 박종화 단국대 부교수와 함께한 이번 논문은 한국코칭능력개발원이 발행한 코칭능력개발지 제10호에 실렸다.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도 등재돼 모두가 볼 수 있다. 선행 연구(기존 논문 분석)에 충실했고 연구 방법론(연구 과정)적인 접근이 좋았다는 평가다.
안영명은 천안남산초-천안북중-북일고 졸업 후 2003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22년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아직 생소한 심리 상담 코디네이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단국대 체육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으면서 선수 출신 스포츠 심리 상담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논문은 그 첫걸음이었다. KBO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겪는 불안 요인과 대처 전략을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2024시즌 30경기 미만인 KBO 소속 퓨처스리그 현역 투수 5명을 대상으로 했다. 지도교수, 구단 투수 코치 1인, 스포츠심리학 박사 1인 등 전문가 집단 회의를 통해 선발했다. 투수 코치의 추천선수 2명, 불안 극복 심리 지원을 희망하는 선수 2명, 그리고 연구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베테랑 선수 1명, 총 5인으로 구성했다. 이 5명 모두 KT가 아닌 타 구단 소속이다.
안영명은 "이러한 논문을 쓰는 데 있어 표본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동안 연구 참여자가 현직 선수인 사례가 거의 없었다. 또 기존 선행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포지션, 나이 등 환경이 너무 달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슷한 나이대 투수로 5명을 선정했다. 선수들에게는 직접 사인을 받는 등 양해를 구했다. 표본이 더 많으면 좋았겠지만, 교수님과 논의한 결과 심층 분석인 만큼 5명이 가장 적합했다"라고 표본을 현역 선수 5명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지역 대학교수 A는 스타뉴스에 "안영명의 논문은 양적, 질적인 연구에서의 방법론이 좋았다.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생각을 내놓았고, 후속 연구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안영명 역시 스포츠 심리 상담을 향한 인식 개선과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랐다. 그는 "최근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고 와서 프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 그만두는 선수들이 꽤 많다. 그런 선수들이 프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 1.5군 선수들이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조금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길 바랐다. 1.5군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는 뎁스를 두껍게 한다는 점에서 팀에 도움이 된다. 1.5군으로 여겨지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면 기존 주전 선수들도 긴장하고 선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속 연구는 본인의 전문 분야인 투수 입스(Yips)였다. 안영명은 "양적인 연구보다 질적인 연구 상담 사례에 관심이 있다. 다음에는 프로야구 투수들의 송구 입스를 다뤄 보려 한다. 입스와 관련해 골프는 굉장히 논문이 없는데 야구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는 언젠가 현장에서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안영명은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솔직히 내가 심리학자가 돼서 강단에 서는 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현재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미국의 팜 시스템(Farm system)처럼 어린 선수를 육성하고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면 신체적으로는 굉장히 좋은데 멘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저 선수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그런 쪽으로 조금 더 공부하고 언젠가 현장에서 역량을 펼치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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