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은 자진사퇴했고 선수 구성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대전 삼성화재는 3경기 연속 승점을 챙겼고 시즌 첫 2연승을 달렸다. 심지어 선두 인천 대한항공까지 잡아내는 파죽지세를 달렸다.
고준용(37) 감독 대행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대한항공과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3-25, 22-25, 25-23, 25-20, 15-13)로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최하위에 허덕였고 대한항공을 상대로 3전 전패에 빠져 있었지만 시즌 4번째 승리를 첫 연승으로 만들어냈다. 잘 나가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 홈에서 첫 패배를 떠안았다. 4승 15패,승점 12로 여전히 최하위지만 '고준용 체제'에서 치른 3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벌이는 끈질김과 함께 승점을 수확했고 확실한 자신감까지 얻었다.
수원 한국전력을 상대로 11경기 만에 승점을 챙겼던 부산 OK저축은행을 상대로 긴 연패에서 탈출했고 이날은 선두 대한항공에 2세트까지 모두 내준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리버스 스윕승을 거뒀다.

대단히 큰 변화랄 건 없었지만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투지 있게 움직였고 한 점, 한 점을 낼 때마다 마치 승리한 듯 서로를 독려하고 소리질렀다. 3세트를 접전 끝에 가져올 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대한항공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삼성화재는 이후 완전히 달라졌고 결국 4,5세트까지 싹쓸이했다.
경기 후 만난 고준용 감독 대행은 "예전이었으면 선수들이 3세트에서 쉽게 졌을텐데 해보자하는 의지가 더 있고 끈기 있게 해줬다"며 "3세트를 잡으면 4,5세트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14-13. 한 점만 따내면 승리할 수 있는 순간에 손현종을 투입했는데 이날 가장 무서운 상대였던 카일 러셀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며 직접 고준용 감독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고 대행은 "높이가 좋고 블로킹 타이밍이 좋아서 넣어봐야지 했는데 (경기 막판에) 타이밍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3경기 연속 풀세트 경기를 펼친 고준용 대행의 입술은 터져 있었지만 그러한 피로감도 잊을 만한 값진 승리였다. "5세트 2점 차로 벌어져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스스로) 해보자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 대행은 자신의 역할이 긴 연패 동안 처져 있었던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덕에 선수들도 더욱 기운을 차렸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의지 있는 모습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고 대행은 "선수 때부터 같이 생활하기도 했고 거리낌 없이 지내는 선수들이 많다. 배구 외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자신감만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격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좀처럼 선발로 기용되지 못했던 2023~2024 신인 전체 1순위 이윤수를 1세트부터 과감히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시켰고 14점, 공격 성공률 52.17%로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경기 후 이윤수는 "연패를 하면서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오늘은 끊자고 늘 얘기했지만 말은 했지만 뜻대로 안됐다"면서 "요즘에 고준용 감독 대행님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선수들끼리도 더 뭉쳐서 하려고 하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세터 알시딥 싱 도산(등록명 도산지)에게도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1,2세트를 내주고도 그대로 밀어붙였는데 고 대행은 "도산지를 바꾸지 않은 건 토스워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점수 차는 도산지의 범실 때문이라기보다는 리시브라든지 다른 선수들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도산지는 이후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3,4,5세트 선수들을 살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결정적인 순간 직접 허를 찌르는 공격에 나섰고 블로킹도 잡아내기도 했다.
고준용 체제에선 단 3경기만 치렀다. 아직 어떤 평가를 내리기엔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고 삼성화재는 올 시즌 팀이 16경기 동안 얻어낸 승점과 비슷한 성과를 단 3경기 만에 올렸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삼성화재의 무서운 반격을 주목해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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