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노시환(26)과 맺은 KBO 최대 규모 계약이 시작도 하기 전에 무효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화 구단은 23일 "노시환과 계약기간 11년 총액 307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2027시즌부터 2037시즌까지 계약기간 11년에 옵션 포함 총액 307억 원이다. FA 계약과 비FA 다년계약을 통틀어 KBO리그 역대 최장기이자 최대 규모 계약이다. 아직 26세에 불과한 노시환에게는 초대박 계약이다.
기간과 규모 모든 면에서 종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이 계약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바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을 허용한 것이다. 노시환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한다면 2026시즌 종료 후 포스팅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한화는 "해외 진출은 메이저리그에 국한한다. 포스팅을 통해 복귀 시에도 한화 프랜차이즈로 남을 수 있도록 상호 합의하며 계약 조건을 추가했다. 아울러 선수의 동기부여도 끌어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2027년부터 시작된다. 그런 만큼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시작도 전에 없던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큰 이견 없이 해당 조건을 삽입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이날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한화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 구장에서 "노시환이 메이저리그에 가면 계약은 자동 파기된다. 다녀와서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실력이 안 되면 고민을 안 하겠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갈 만한 선수로 성장하면 한 번은 시도해 볼 생각이 충분히 든다"고 이해했다.
강정호(은퇴),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성공 후, 메이저리그에서도 KBO 리그 야수들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에 이어 지난달에는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미국으로 향했다.
손혁 단장은 "(최근 흐름이) 그런 추세이기도 하고 미국에 가서 배우고 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 찬성하는 이유 중 하나가 (큰 무대에 가면) 시야가 넓어진다. 나야 (노)시환이가 여기 남아서 10년 동안 30홈런을 쳐주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본인이 그런 꿈과 기회가 있으면 성패를 떠나 가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라고 지지했다.
구단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물론 노시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을 때 원소속팀에 주어지는 포스팅비가 쏠쏠할 것이다. 또한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노시환은 한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드러나야 비로소 그 존재감을 실감하는 빈자리도 있다. 노시환이 없다면 한화는 144경기 전 경기를 뛰어줄 수 있는 강철 체력의 30홈런 3루수를 새롭게 찾아야 한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에서도 노시환의 공백을 메우기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화는 당장의 아쉬움보다 조금 더 멀리, 시야를 폭넓게 바라봤다. KBO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가는 길을 열어준 개척자 류현진(39)을 품은 구단이라 가능했다.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로 입단해 미국으로 떠나 2024년 한화로 돌아오기까지 그가 가는 미국 야구장 어디에서든 심심치 않게 한화 유니폼과 한국 야구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그들이 꼭 들고 오는 태극기는 이역만리 한국 팬들에게도 자부심이 됐다.
손혁 단장은 "그런 생각을 한번 해봤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던질 때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가는 팬분들이 많았다. 만약 우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가서 뛰면 팬들도 자부심이 생긴다. 그룹이나 구단 구성원들도 그럴 텐데 그것이 프로 구단의 의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또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노시환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맹활약해 극적으로 메이저리그로 향한 송성문의 사례가 노시환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한화 구단이 노시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오히려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손혁 단장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건 그만큼 노시환이 올해 잘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가면 갔다가 돌아와도 다시 우리 팀으로 볼 수 있다"고 현실적인 부분도 짚었다.
무엇이 됐든 한화 구단의 배려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이에 노시환 역시 "구단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동기부여도 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나는 한화와 정말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싶다. 이 팀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상상조차 하기 싫다"라고 영구결번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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