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1라운드 4경기를 모두 이기고 13개의 홈런으로 전체 20개국 중 1위에 오른 팀이다. 득점도 41점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한 시즌 20홈런 이상 때린 타자들로 선발 라인업 9명을 모두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마운드 역시 4경기 평균자책점 2.38로 전체 4위였다. 선발투수로는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한 크리스토퍼 산체스(30·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예고됐다. 최고 시속 159㎞의 강속구를 뿌리며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ML 최정상급 좌완 투수다.
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한국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을 치르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 이야기다. 1라운드에서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진출한 한국으로선 분명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역대 WBC에서 한국이 2라운드 이후 만난 팀들은 언제나 그랬다.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북중미와 남미 국가들을 꺾을 수 있다고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한 1, 2회 대회 때는 8강 2라운드에서 4개 팀씩 한 조에 편성돼 각조 1, 2위가 4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라운드 로빈, 2009년에는 패자부활전과 조 1, 2위 결정전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WBC에서 아메리카 대륙팀들에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3개국과 총 4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다. 2006년 멕시코와 미국을 연파하며 4강에 진출했고, 2009년에도 2라운드에서 멕시코,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06년 2라운드 멕시코전 2-1 승 (승리투수 서재응, 세이브 박찬호, 홈런 이승엽)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은 서재응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상대 선발은 직전 시즌인 2005년 ML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15승을 거둔 로드리고 로페즈였다.
1회부터 홈런이 나왔다. 이승엽이 1사 1루에서 로페즈로부터 우월 선제 투런 아치를 그렸고, 그것이 결승점이 됐다.
서재응은 5⅓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쾌투했고, 이후 구대성-정대현-봉중근-박찬호가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9회 등판한 박찬호는 2사 3루 동점 위기에서 제로니모 힐에게 3볼-0스트라이크로 몰렸으나 끝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한 점 차 승리를 마무리했다.
2006년 2라운드 미국전 7-3 승 (승리투수 손민한, 홈런 이승엽 최희섭)
2번 데릭 지터, 3번 켄 그리피 주니어, 4번 알렉스 로드리게스, 5번 치퍼 존스….
한국과 2라운드 2차전에서 맞붙은 미국의 타순이었다. 선발 투수는 2005년 22승을 거둔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말린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슈퍼 스타들이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또다시 이승엽이 1회 2사 후 솔로포를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미국 벤치는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2루에서 이승엽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때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선발 4번 김태균 대신 최희섭을 대타로 내세웠다. 최희섭은 상대 구원투수 댄 휠러(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서 우월 스리런 홈런을 때려 스코어를 6-1로 벌렸다.
선발 투수 손민한은 3이닝 무실점, 5회 등판한 구대성도 3이닝 무실점으로 미국 강타선을 잠재웠다.
2009년 2라운드 멕시코전 8-2 승 (승리투수 정현욱, 홈런 이범호 김태균 고영민)
멕시코를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은 선발투수 류현진이 2회초 먼저 2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곧이은 2회말 이범호의 솔로포와 이용규의 안타, 도루, 상대 실책 등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4회말에는 김태균의 역전 솔로홈런이 터졌고, 5회초 대수비로 출전한 고영민도 5회말 솔로포를 터뜨렸다. 7회말에는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4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마운드에선 류현진이 2⅔이닝 5피안타 2실점하고 물러난 뒤 정현욱-정대현-김광현-윤석민-오승환이 무실점의 철벽 계투를 펼쳤다.
2009년 준결승 베네수엘라전 10-2 승 (승리투수 윤석민, 홈런 추신수 김태균)
1회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에 아쉬운 패배를 당한 한국은 3년 만에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결승 재도전에 나섰다.
1회부터 타선이 폭발했다.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의 적시타와 이대호의 투수 땅볼로 2점을 먼저 낸 대표팀은 추신수가 상대 선발 카를로스 실바에게서 스리런 홈런을 뽑아내 5-0으로 앞서나갔다. 2회에는 김태균이 좌월 투런포를 날려 스코어는 7-0. 베네수엘라는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선발투수 윤석민의 호투도 빛났다. 6⅓이닝을 7피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후 한국은 정대현-류현진-정현욱-임창용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져 8점 차 대승으로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26 WBC 도미니카공화국과 8강전은 현지시간 13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14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린다. 정확히 20년 전인 2006년 3월 13일 한국 야구 대표팀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무너뜨렸다. 과연 이번에도 예상을 뒤엎고 WBC 아메리카팀 상대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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