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축구 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몰래 촬영해 유죄 판결을 받은 체코의 유명 축구 감독이 여전히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해당 감독의 전 세계 축구계 영구 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8일(한국시간) "체코 1부 리그 1. FC 슬로바츠코를 이끌었던 페트르 블라호프스키 감독이 몰래카메라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에 따른 처벌은 솜방망이에 가깝다"고 집중 조명했다.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블라호프스키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신의 백팩에 소형 카메라를 숨겨 훈련장과 경기장 라커룸에서 선수 15명의 샤워 및 탈의 장면을 불법 촬영했다.
게다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피해자 중에는 당시 17세였던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호프스키는 체코 19세 이하(U-19) 여자 대표팀을 지도하고 체코 최우수 여자 축구 감독상을 받은 뛰어난 지도자로 저명했기에,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컸다.
피해 선수 중 한 명인 체코 국가대표 선수 크리스티나 잔쿠는 경찰로부터 신원 확인을 위해 영상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블라호프스키 감독은 축구만큼이나 이 범죄에 프로페셔널했다"고 분노했다. 심지어 잔쿠는 블라호프스키의 부인 과 자녀와도 알고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일부 피해자들은 사건을 인지한 후 구토를 하거나 심리 치료를 받거나 팀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처벌은 상상 그 이상으로 가벼웠다. 2025년 5월 체코 형사 법원은 블라호프스키에게 집행유예 1년과 체코 내에서의 지도자 자격 정지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피해 선수 13명에게는 각각 약 940달러(약 127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잔쿠는 이 판결에 대해 "우스꽝스러운 수준"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블라호프스키의 자격 정지가 체코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지도자 자격증을 박탈하지 않는 한, 블라호프스키는 체코 밖의 다른 국가에서 얼마든지 다시 감독직을 맡을 수 있다. 이에 FIFPRO는 FIFA가 직접 나서 전 세계 축구계에서 블라호프스키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FIFPRO 법률 고문 바바라 메레 카리온은 "비접촉 성폭력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성폭력"이라며 엄중한 징계를 촉구했다. 하지만 체코 축구 협회는 그가 더 이상 협회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가 조치를 피하고 있고, FIFA 역시 구체적인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잔쿠는 "이런 사람이 다시는 축구계를 지도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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