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기사를 보면 종종 이런 표현이 나온다. "팀 패배에도 OOO의 홈런은 위안거리가 됐다." 글쎄다, 팀이 졌는데 정말 위안이 됐을까. 일종의 클리셰(진부한 표현)다.
이런 경우도 있다. 가령 팀이 0-9로 뒤진 9회초 솔로 홈런이 터졌다 치자. 팬들로선 "아까 찬스 때나 치지…"라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두산 정수빈(36)의 홈런에는 특별함이 있다. 워낙 가끔씩 치기도 하지만, 팀에 꼭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터질 때가 많아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사직 방문 경기도 그랬다. 주중 첫 경기인 21일 정수빈은 팀이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9회초 2사 1, 2루에서 박성민을 상대로 깜짝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스코어를 4점 차로 벌려 두산 마무리 김택연도 9회말을 편안하게 막을 수 있었다.

22일에도 또 대포가 터졌다. 역시 팀이 딱 원하는 순간이었다. 두산이 2회초 2점을 먼저 얻은 뒤 3회말 1점을 내줘 쫓기던 상황. 정수빈은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김진욱에게서 초구에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7회 2점, 9회 4점을 보태 9-1로 대승하며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때린 6개의 홈런 또한 결과를 놓고 보자면 동점포가 2개, 선제포와 쐐기포가 1개씩이었다. 작년과 올해 정수빈이 홈런을 친 8경기에서 두산은 5승 3패를 기록했다. 최근으로는 4연승 중이다.
특히 사직구장에서 강한 점도 눈길을 끈다. 2009년 데뷔 후 통산 44홈런 중 10개(22.7%)를 롯데전에서 쳤고, 9개(20.5%)를 사직구장에서 날렸다.


알다시피 정수빈은 홈런과는 거리가 있는 타자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4년과 지난해 기록한 6개다. 2경기 연속 홈런도 프로 첫해인 2009년 5월 22~23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이후 이번이 17년 만이자 통산 2번째였다.
그러나 때때로 터질 때마다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 많아 팀 타선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팬들에게도 더 큰 기쁨을 준다.
정수빈의 타석 등장곡은 미국 밴드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이다. 끝 부분에 두산 팬들은 "수빈아~"를 외친다. 정수빈의 나이도 이제 30대 후반, 팀에서도 최고참급이다. 그럼에도 팬들이 여전히 친근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유는 언제나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허슬 플레이, 그리고 이렇듯 강렬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이 끊임 없이 솟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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