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마무리 박영현(23·KT 위즈)이 연투를 걱정하는 팬들을 다독였다.
부천북초-부천중-유신고 졸업한 박영현은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뒤 줄곧 뒷문을 맡았다.
데뷔 첫해부터 안정감을 보인 덕분에 위기 상황에선 늘 박영현이 등판했고 언제나 팀 승리를 지켰다. 그 탓에 데뷔 첫해 51⅔이닝, 이후 매년 69이닝 이상 소화했다. 올해도 7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15경기 2승 무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2.04, 17⅔이닝 17탈삼진으로 최다이닝 공동 3위, 75⅓이닝 페이스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마무리들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해 덩달아 걱정을 샀다. 김택연(22·두산 베어스)이 4월 24일 어깨 통증으로 이탈했고, 같은 날 유영찬(29·LG 트윈스)이 오른쪽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로 수술 소견을 받았다.
대표팀 동료들의 연쇄 부상 이탈 소식에 안타까운 건 박영현도 마찬가지다. 박영현은 5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종료 후 "너무 안타깝다. (대표팀에서) 같이 한 선후배들이 다친 게 걱정도 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겨내고 싶어서 이겨내는 건 아니고 많이 던지다 보니 적응이 됐다. 올해 들어와 한 번도 아프지 않아서 내 할 것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박영현을 어떻게 기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늘 갑론을박이 뒤따른다. 일반적인 생각대로라면 한 번에 많이 던지거나 연투하는 투수는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과거와 달리 불펜투수의 3연투는 최대한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때로는 그 상식을 벗어나는 투수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박영현이다. 그 역시 이틀 간격으로 등판했을 때 통산 68경기 평균자책점 1.96, 사흘 간격일 때 50경기 평균자책점 2.17로 쉬었을 때 좋은 공을 던진다. 하지만 나흘 간격일 때 24경기 평균자책점 4.71, 일주일 이상 휴식이 길어질 때는 오히려 27경기 평균자책점 5.14로 기록이 더 안 좋아진다.
가끔 박영현이 큰 점수 차에도 등판하는 이유다. 박영현은 "나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오래 쉬면 (오히려) 안 좋다. 격일로 쉬는 건 괜찮은데 5~6일 쉬어버리면 몸이 안 풀려서 차라리 연투하고 하루 쉬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어 "감각적인 것이라기보단 컨디션의 문제다. 쉬면 확실히 팔은 괜찮은데 몸이 무겁다. 내 공이 100% 다 나오지 않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는 이렇게 말해도 KT는 박영현 관리에 지극 정성이다. KT 불펜이 아무리 탄탄해졌다지만, 9회에 박영현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 그 결과 올해 박영현은 많은 이닝을 던졌지만, 2연투는 3회, 3연투 이상은 0회로 충분한 휴식을 부여받고 있다.

박영현은 "WBC 때 몸을 일찍 만들었는데 구속이 많이 안 올라왔다. 몸이 다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세게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좋은 모습을 못 보였고 많이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T에 돌아와 제춘모 투수코치님이 안 좋은 걸 계속 봐주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컨디션이 올라왔다. LG와 시즌 첫 경기 때 35개를 던졌는데 오히려 몸이 확 풀렸다. 그때부터 확실히 올라온 것 같다. 감독님도 항상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나도 지금 잘 던지는 걸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미소 지었다.
혹사에 민감한 팬들의 걱정도 모르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괜찮았다가 연차가 쌓이면서 후유증이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 이에 박영현은 "불안하면 야구를 못한다. 항상 나는 아프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아버지가 좋은 몸을 물려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도 아프지 않으려 하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스스로 노력도 잊지 않았다. 개막 시리즈 당시 보일링 크랩을 먹고 힘이 났다던 그는 보양식 명단에 오리탕을 추가했다. 박영현은 처음 보양식을 보신탕으로 잘못 말한 것을 깨닫고 "아 보신탕이 아니다. 저 개 안 먹고 못 먹는다"고 화들짝 놀라더니 "요즘은 보양식 위주로 먹고 있다. 광주 가서 오리탕을 먹었고 오리백숙도 먹으러 가려 한다. 몸에 좋은 걸 계속 먹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 건강을 놓치지 않는 것도 그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FPS(1인칭 슈팅게임)이었다. 박영현은 "컨디션 유지를 위해 항상 잠을 많이 자려 한다. 푹 자려고 하고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으려 한다. 만약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버워치를 한다"고 웃었다.
이어 "단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게임이 잘 안돼도 괜찮다. 게임 내에서 욕도 많이 먹는데 뭐 그 사람들도 스트레스받겠지 한다. 욕먹는 것도 재밌다"고 덧붙였다.
슬로 스타터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 KT는 시즌 초반부터 LG와 함께 치열한 1위 다툼 중이다. 덕분에 박영현도 세이브 리그 2위로 구원왕 레이스에서 앞서가고 있다. 11개로 1위인 유영찬이 사실상 시즌아웃이란 걸 떠올리면 1위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박영현은 "우리끼리 '왜 잘하지'라는 말은 있는데 투·타 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다. 원래 투수가 잘한다는데 타자들도 같이 올라오니까 1위를 하는 것 같다. (최)원준이 형, (김)현수 선배님이 중요할 때 쳐주셔서 나도 뒤에서 편하게 막으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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