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해결할게. 주자 2명만 깔아줘."
커리어 단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끝내기 홈런을 직감한 것일까. LG 트윈스 주장 박해민(36)이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지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LG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6-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승 1패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LG는 28승 19패로 같은 날 패한 KT 위즈(27승 19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승부처는 단연 LG가 3-4로 지고 있는 9회말이었다. 키움 마무리 투수 카나쿠보 유토가 송찬의를 헛스윙 삼진, 구본혁을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뒤이어 초구를 노린 대타 이재원의 타구마저 2루수 키를 넘어 느리게 외야로 향하면서 LG는 무난히 지는 듯했다.
하지만 키움 선수 세 명이 이 공을 놓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LG 상위 타순이 돌아왔고 2루 주자는 이재원에서 김현종으로 교체됐다. 홍창기가 볼넷으로 골라 걸어 나가고 캡틴 박해민이 타석에 섰다.
이날 박해민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저조한 타격감을 보인 상황. 예상대로 유토의 빠른 공과 포크에 1B2S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였다. 그렇지만 박해민은 파울 타구를 세 차례 처리하며 끈질기게 버티고 7구째 몸쪽 직구에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방망이 정중앙에 맞은 타구는 시속 157.1㎞로 날아 117.3m 넘어 우측 관중석으로 향했다.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는 박해민의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 후 박해민 뒤에서 대기하던 천성호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천성호는 기분 좋은 한 주 마무리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뜬금없이 "소름 돋는 것이 9회말 딱 시작하는데 (박)해민이 형이 주자 두 명만 깔아달라고 했다. 그러면 내가 해결할 테니까 나보고는 물을 들고 있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말 자신의 끝내기 홈런을 예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었다. 뒤이어 만난 박해민은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모르겠다. 방망이에 맞고 나서는 홈런인 줄 알았는데 뛰다가 더그아웃 보고 상황을 실감했다. 베이스를 제대로 밟았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성호의 증언에 대해서는 "내가 주자 2명이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건 나까지 타석을 한 번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9회말이 7번부터 시작해서 (2번인) 내가 빨리 준비할 필요가 없는데, 선수들에게 '나 준비한다, 준비할 테니까 나까지 연결해 봐'라고는 했다"고 웃었다.
2012년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뒤 1719경기 7037타석 만의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통산 60홈런에 불과할 정도로 홈런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최고 시속 154㎞ 빠른 공의 유토를 상대로 경우의 수를 지우면서 정타가 나왔다.

박해민은 "앞타석을 뒤에서 관찰했을 때 변화구를 하나도 안 던져서 무조건 직구 하나만 보고 치려 했다. 앞서 박준현 선수도 시속 150㎞ 넘는 빠른 공을 던졌는데, 그 공을 (계속) 쳤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빠른 공에 늦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포크볼에 헛스윙을 했다"라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오히려 변화구에 대한 이미지를 아예 버렸다. 앞에서 직구를 그렇게 썼기 때문에 변화구는 보여주는 용도로만 쓰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직구만 노렸다. 직구를 이렇게 많이 던졌는데 변화구까지 잘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야구는 확률 싸움이라 그런 식으로 확률을 높였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실 끝내기 홈런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해민은 "4타수 무안타나 5타수 무안타나 그게 그거였다. 그리고 사실 감독님이 (손)주영이를 이번 주까지는 연투를 안 시키기로 하셨는데, 주영이가 올라가길래 이 경기를 무조건 잡고 싶어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도 나까지 (타석을) 보내주라고 했다. 그 뒤에 (이)재원이의 안타가 행운의 2루타가 되면서 우리에게 운이 왔다고 생각했고 자신 있게 쳤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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