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창섭(29·삼성 라이온즈)이 프로 데뷔 9년 만에 가장 눈부신 포효를 외쳤다. 정확히 1년 전 갈등과 오해로 얼룩졌던 잔혹한 악연의 땅 사직에서, 자로 잰 듯한 명품 제구력을 앞세워 역사적인 '무사사구 1피안타 완봉승'을 일궈내며 '군자의 복수'를 했다.
양창섭은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로 삼성의 10-0 대승을 이끌었다.
KIA 타이거즌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에 이은 이번 시즌 KBO리그 두 번째 완봉승이자, 양창섭 개인 커리어 최초의 완봉승이다. 아울러 삼성 소속으로는 지난 2025년 7월 아리엘 후라도 이후 처음이며, 국내 투수로만 국한하면 2020년 최지명(개명 전 최채흥·현재 LG 트윈스) 이후 무려 6년 만에 나온 삼성 토종 투수의 완봉승이다.
이날 완봉승이 더욱 드라마틱한 이유는 정확히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아찔한 기억 때문이다. 2025년 5월 18일 사직 롯데전. 당시 롯데 타선은 빈번한 헤드샷 문제로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5회말 선두타자 장두성이 삼성 이승현의 직구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뒤, 바뀐 투수로 등판한 양창섭도 윤동희의 머리 위로 시속 148㎞의 직구를 날렸다.


고의성이 의심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분노한 김태형 롯데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지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이후 양창섭에게는 '빈볼 투수'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사직 팬들의 거센 야유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이날, 양창섭은 거친 보복이나 감정싸움 대신 투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복수극을 완성했다.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제구력으로 1년 전의 '고의성 의혹'을 실력으로 정면 돌파한 것이다.
이날 양창섭은 최고 시속 150㎞의 직구(30구)를 바탕으로 체인지업(29구), 슬라이더(25구), 커브(14구)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투심 패스트볼도 4개가 있었다. 3회말 선두타자 장두성에게 허용한 좌전 안타가 이날의 유일한 피안타였다. 양창섭은 안타 허용 후에도 후속 세 타자를 단 8구 만에 정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사실 덕수고등학교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명성을 날리며 2018년 삼성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양창섭은 그간 잔혹한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을 비롯해 곽빈(두산 베어스), 강백호(한화 이글스),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등이 그의 드래프트 동기들이다. 단 한 번도 시즌 90이닝 이상을 넘기지 못했고, 구속이 140㎞ 초반까지 떨어지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025시즌 들어 가장 많은 33경기에 등판하며 자신의 건강을 증명한 양창섭은 이번 시즌 스프링캠프를 거쳐 5선발 자리에 진입했고, 자신의 통산 97번째 1군 경기에서 마침내 잠재력을 대폭발시켰다.
1년 전 자신에게 쏟아졌던 거친 야유와 의심의 눈초리를 '무사사구 완봉승'이라는 대기록으로 되갚아준 양창섭. 사직 마운드에서 완성한 그의 '우아한 복수'는 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완벽한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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