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귀병 안현민(23·KT 위즈)이 장타 본능을 일깨웠다. 커리어 두 번재 만루포와 함께 7타점으로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며 잔여 시즌 무서운 활약을 예고했다.
안현민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만루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볼넷 7타점 맹타로 팀의 13-2 대승을 이끌었다.
마산고 졸업 후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KT에 입단한 안현민은 현역병으로 입대해 2024년 전역한 뒤 지난해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112경기에서 타율 0.334 22홈런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8로 맹활약, 신인왕과 함께 외야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안현민은 5경기에서 타율 0.333(15타수 5안타), 출루율 0.444, 장타율 0.400, OPS 0.844로 맹타를 휘두른 뒤 맞은 시즌에서도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했는데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개월을 쉬어간 안현민은 지난 16일 복귀해 타율 0.381(21타수 8안타)로 여전히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장타가 없었지만 이날 만루포까지 날리며 일말의 아쉬움까지 모두 털어냈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2회말 무사 1,3루에서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추격하는 타점을 올렸고 팀은 샘 힐리어드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안현민은 4회말 1사 2루에선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30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속 출루 행진을 40경기로 늘렸다.

이는 팀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KT 시절 강백호(한화 이글스)가 2021년 4월 7일 수원 LG 트윈스전부터 작성한 37경기 연속 출루다. 안현민은 자신의 기록을 늘려나가고 있다.
6회말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올라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뜨린 안현민은 7회말 공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상대 투수 신상연이 제구 불안을 나타내며 볼넷 4개를 기록, 밀어내기로 1실점한 뒤 2사 만루에서 등장한 안현민은 볼카운트 2-2에서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걷어 올려 비거리 118.4m 좌월 그랜드 슬램을 터뜨렸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만루포이자 지난 16일 부상 복귀 후 7번째 경기에서 첫 장타를 홈런으로 신고했다.
이로써 7타점을 올린 안현민은 자신의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까지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5월 29일 수원 두산전과 6월 12일 수원 롯데전 때의 5타점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타격감에 대해 칭찬했는데 안현민은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감독님께서 잘 맞고 있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직 조금 더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조금씩 제가 원하는 스윙이 나오고 있다고 느낀다. 오늘도 저번 주말 경기보다는 더 좋은 스윙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은 나아지는 단계인 것 같다. 아직 다 올라왔다라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 다치기 전 퍼포먼스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홈런 페이스를 보이던 안현민은 두 달 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홈런을 포함해 산술적으로 남은 경기에 모두 나선다고 해도 17홈런 페이스다. 20홈런을 위해선 페이스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안현민도 20홈런을 목표로 삼고 있다. "복귀를 하면서 저도 계산을 해봤는데 장난식으로 '거의 두 경기에 하나씩 치면 30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복귀를 하고 정작 현실이 되니까 턱도 없을 것 같다"며 "지금 힐리어드가 너무 좋은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서 제가 욕심을 낸다기보다는 20홈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20개까지만 칠 수 있으면 팀도 많은 승리를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치려고 해서 치는 건 아니겠지만 욕심상으로 20개 정도까지는 칠 수 있어야 팀에 더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시즌 전 WBC 출전이 많은 도움이 됐다. 통상 눈부신 데뷔 시즌을 보낸 선수들도 2년차 징크스에 우는 경우가 많은데 안현민은 "2년 차라기보다는 저연차나 어린 선수들이 겪는 문제인 것 같다. 비시즌이 되고 공백이 길어지면 불안감이 오는데 저는 WBC를 나가게 되면서 조금 더 빠르게 실전을 하게 되면서 불안감을 없앨 수 있었다"며 "그런데 결국 부상으로 인해 다시 두 달(공백)이 또 찾아오니까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팬분들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컸는데 돌아와서 플레이를 하면서 조금씩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것대로 좋은 과정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8강 무대에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냈던 게 안현민이었다. 5이닝 동안 2피안타 8탈삼진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친 그는 올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ERA) 1.80으로 압도적 투구를 펼치고 있다. 특히 5월 치른 5경기에서 39이닝 포함 총 50⅔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번째로 긴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일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펼치고 있다.
안현민은 "기사를 통해 알고 있긴 한데 MLB는 타자를 더 많이 본다"고 웃으며 "우연히 저한테는 행운이 찾아와서 됐던 것 같다. 사실 저에게는 도미니카전이 정말 컸다. 연습하는 과정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많이 깨졌다. 남미 선수들 특유의 섬세함보다는 날 것의 느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더 섬세한 느낌이 있어서 올 시즌을 준비하는 데에 (새로운) 계기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후반기 전까지는 안현민을 지명타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안현민은 "(공백이) 길어지니까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햄스트링 부상 자체가 생각보다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느끼는 통증도는 낮다. 그런데 통증이 없는 상황에서도 햄스트링 자체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데 선수는 통증이 없다 보니까 빨리 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며 "그런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계속 자제를 잘 시켜주셔서 지금까지는 잘 재활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9회말 수비로 나서기도 했지만 타구를 처리할 기회는 없었다. 안현민은 "감독님께서 라인업을 짜시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맞출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계속 수비 훈련을 하면서 수비 움직임에서 나오는 스프린트라든지 그런 부분을 계속 늘려가고 있고 움직임 자체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가 가장 안전하긴 하겠지만 제가 수비에 나가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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