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참가국을 48개국에서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를 반기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참가국은 더 늘어나지만 토너먼트 진출 방식 등 대회 운영 구조는 오히려 단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3일(한국시간)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2030년 월드컵을 앞두고 참가국을 16개 더 늘리는 방안을 FIFA 관계자들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스위스 매체 블루윈과 인터뷰에서 현재 48개국인 월드컵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64개국 확대는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관련 위원회에서 분명히 검토하고 논의할 사안"이라며 "월드컵은 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위한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나라가 월드컵 참가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며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참가국들의 경기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팀의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작은 나라들에 월드컵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계속 발전하려는 동기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개최된 월드컵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32개국 체제로 진행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났다. 대회를 앞두고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체력 부담과 부상 위험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이 대거 참가해 월드컵 전체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인판티노 회장은 48개국 체제로 열린 북중미 월드컵을 "엄청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팀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모든 대륙의 참가국이 골을 넣었고 최소 승점 1 이상을 획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리카 참가국 10개 팀 가운데 9개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 참가국이 5개 팀뿐이었다"며 "이는 모든 팀을 포함하고 월드컵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북중미 월드컵의 성과에 만족한 인판티노 회장은 다음 단계로 64개국 확대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아직 확정된 계획은 아니지만, 이르면 2030년 대회부터 새로운 체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30년 월드컵은 대회 100주년을 맞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각각 한 경기씩 치른 뒤 나머지 일정을 모로코와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진행한다. 여러 대륙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선수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참가국 확대에 따른 대회 수준 논란 역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64개국 체제가 단점만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48개국 체제보다 대회 운영 방식은 훨씬 깔끔해질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복잡했던 조 3위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각 조 1·2위뿐 아니라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진출했다. 48개국 가운데 32개 팀을 토너먼트에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불가피한 방식에 가까웠다.
문제도 많았다.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고도 다른 조 3위 팀들의 결과를 지켜보며 골득실과 다득점 등을 끊임없이 계산해야 했다. 다른 팀들보다 조별리그를 일찍 마친 한국과 스코틀랜드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국은 1승2패로 A조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별리그 종료 직후에도 32강 진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조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지며 모든 조별리그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국 선수들은 결과를 기다리며 며칠을 보낸 뒤에야 탈락을 확인하고 짐을 싸야 했다. 한국보다 32강 진출 가능성이 낮았던 스코틀랜드에는 더욱 잔인한 기다림이었다. 일부 스코틀랜드 현지 언론과 팬들은 당시 상황을 두고 "사망 선고를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가장 큰 불편을 겪은 것은 월드컵 현장을 찾은 축구팬들이었다. 응원하는 팀의 32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현지에서 계속 대기해야 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숙박비와 항공권, 식비 등 체류 비용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졌다. 기다림 끝에 응원하는 팀이 탈락했다면 추가로 쓴 비용과 시간마저 의미없는 것이 됐다.
32강에 진출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어느 도시에서 다음 경기를 치를지 곧바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FIFA는 8개 조 3위 팀이 어느 조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32강 대진을 다르게 배정했다. 가능한 조합만 총 495개였다. 한국이 조 3위로 32강에 진출했다면 미국 보스턴이나 시애틀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역시 뉴욕과 보스턴, 멕시코시티 등 여러 도시가 후보지로 거론될 수 있었다.

32강 진출 여부가 확정된 직후 항공권과 숙소, 경기 티켓을 급하게 구해야 하는 구조였다. 스코틀랜드 팬들은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미국 마이애미에 머물며 32강 진출 여부를 기다렸지만, 결국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확인한 뒤 돌아가야 했다.
64개국 체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 4개국씩 16개 조로 나눈 뒤 각 조 1·2위만 32강에 진출하면 된다. 복잡한 조 3위 계산이 사라지고, 각 조 네 팀 가운데 절반만 토너먼트에 오르기 때문에 조별리그의 긴장감도 높일 수 있다. 현재 방식처럼 다른 조의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조 2위 안에 들면 진출하고, 3위 이하로 떨어지면 탈락한다. 팬들도 경기 직후 이동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순위를 골득실보다 승자승으로 먼저 가리는 방식이 적용돼 일부 팀의 탈락이 일찍 확정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64개국 체제에서 다시 골득실 우선 방식으로 조별리그 순위를 결정한다면 이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영국 더선은 이러한 장점을 소개하며 64개국 확대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매체는 "64개국 체제로 월드컵을 진행하면 총 128경기가 열려 대회 기간이 최소 4일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여러 조의 2·3차전을 같은 시간대에 겹쳐 편성하면 전체 대회 기간의 증가 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포스트도 "FIFA의 48개국 월드컵 도박은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48개국 확대를 두고 수많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FIFA조차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상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일부 일방적인 경기를 제외하면 대회 수준이 떨어졌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2개국 체제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보여주기는커녕,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은 오히려 64개국으로 확대해야 할 근거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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