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1일과 8월 4일(한국 시간) 오전 7시 각각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맞은 KBO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극명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MLB는 마감 직전까지 대형 거래가 잇따랐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LA 다저스는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은 좌완 타릭 스쿠발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영입하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스쿠발을 데려오는 대신 유망주 3명을 내줬다.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반면 KBO리그는 지난 7월 23일 한화 내야수 하주석과 KIA 불펜 투수 이형범의 맞트레이드를 끝으로 더 이상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7월 31일 마감일에도 단 한 건의 트레이드가 나오지 않으며 조용히 시장의 문을 닫았다.
KBO리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트레이드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2020년대 트레이드 성사 건수를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9건씩 이뤄졌고, 2023년에는 8건, 2024년에는 9건, 지난해에는 6건이 성사됐다. 반면 올해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단 3건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신인지명권 트레이드 허용 이후의 추이다. KBO는 2020년부터 신인지명권을 트레이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신인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는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4건, 2023년 4건, 2024년 3건, 지난해 3건이 이뤄졌다. 신인지명권은 선수 가치의 차이를 보완하며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양 구단이 원하는 선수 가치에 차이가 있을 때 신인지명권이 협상의 간극을 좁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신인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단 한 건도 없다. 전체 트레이드가 감소한 것은 물론,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신인지명권 활용마저 잠잠해진 것이다. 그만큼 구단들이 트레이드 자체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MLB처럼 스타 선수들이 오가는 대형 트레이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비주전급 선수들의 트레이드만큼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구단 역시 부족한 전력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에서는 비주전급 선수의 트레이드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소속팀에서 1군 출전 기회가 줄어든 고연차 선수들 가운데는 출전 가능성이 더 큰 팀으로의 이적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다면 선수 이동을 촉진할 다른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2차 드래프트다.
2차 드래프트는 2012년 처음 도입돼 2020년까지 격년제로 시행됐다. 각 구단이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비주전급 선수들에게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통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단 한 명도 지명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폐지됐다. 이후 이를 대체하기 위해 퓨처스 FA 제도가 도입됐지만 선수 이동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2차 드래프트가 더 효과적인 제도였다는 평가가 힘을 얻으면서 2024년 부활했고, 격년제 운영에 따라 올해도 시행됐다.
그러나 부활한 2차 드래프트 역시 선수 이동의 통로로서 충분히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9개 구단이 총 18장의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패스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당해 연도 하위 3개 구단에 각각 5장, 나머지 7개 구단에 각각 3장의 지명권이 주어진다. 전체 지명권은 36장. 이 가운데 절반인 18장이 주인을 찾지 못한 셈이다. NC와 한화, LG는 각각 3장의 지명권을 모두 포기했고, 롯데만 주어진 3장의 지명권을 모두 사용했다. 전체 지명권의 절반이 행사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각 구단이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온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지명 대상 선수의 범위를 좁힌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5년 3월 25일 2차 드래프트 시행안을 일부 개정했다. 기존에는 입단 1~3년차 소속선수와 육성선수, 군보류선수 및 육성군보류선수가 지명 대상에서 자동 제외됐는데, 여기에 군보류 또는 육성군보류 이력이 있는 입단 4년차 소속·육성선수까지 자동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 군 복무로 인해 소속 구단이 실질적으로 육성할 시간이 부족했던 선수들을 추가로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원소속 구단으로서는 선수 육성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조치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의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지명 대상이 될 수 있는 선수층은 얇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2026년 2차 드래프트에서 무려 18차례나 패스가 나온 현상이 이러한 변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레이드 시장 갈수록 위축되는 KBO리그에서 2차 드래프트가 선수 이동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하려면 결국 '뽑을 만한 선수'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원소속 구단의 선수 보호에만 무게를 두면 지명 대상 선수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른 구단들이 지명권을 포기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방법은 자동 보호 대상을 입단 1~5년차 선수까지 확대하는 대신, 구단이 별도로 지정할 수 있는 보호선수 숫자를 현재 35명에서 25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저연차 선수에게는 충분한 육성 기간을 보장하되, 원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운 고연차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현행 격년제인 2차 드래프트를 매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동할 수 있는 선수의 폭뿐 아니라 기회 자체도 늘려야 한다.
트레이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KBO리그에서 선수 이동의 통로마저 좁아져서는 안 된다. 2차 드래프트가 고연차·비주전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원소속 구단의 선수 보호와 선수의 이동 기회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