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준우승 뒤 중앙여고는 잠시 전국대회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무대에서 정상에 섰다. 그 중심에는 중앙여고의 달라진 배구를 설계한 세터 김미주(18)가 있었다.
김미주는 지난 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끝난 2026 IBK기업은행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중앙여고를 우승으로 이끌고 세터상을 받았다.
중앙여고에는 의미가 남다른 우승이었다. 중앙여고는 3월 춘계연맹전과 5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결승까지 올랐지만, 모두 선명여고에 우승을 내줬다. 이후 두 달 동안 실전 대신 훈련을 택했고, 세 번째 결승 맞대결에서 선명여고를 세트 점수 3-1로 꺾으며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냈다.
김미주는 최근 서울 중앙여고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5월 종별대회가 끝난 뒤 훈련할 때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시합에서도 더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스피드를 살리면서 낮게 토스하려고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훈련에서 흘린 땀방울이 코트에서 드러난 무대가 이번 결승이었다. 1세트에는 긴장 탓에 중앙여고의 플레이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지만, 2세트부터 김미주의 손끝이 살아났다. 김현아(18·180㎝), 김해연(18·179㎝), 정다운(17·180㎝), 박강빈(17·175㎝) 등 다양한 공격 자원을 활용해 상대 블로킹을 분산시켰고, 1세트 고전했던 주포 오세인(18·181㎝)까지 끝내 살려냈다.
김미주는 "1세트 때는 우리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하고 들어갔다. 2세트부터는 애들도 즐겁게 하려고 하다 보니까 잘됐다. 감독님도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그가 푹 빠진 세터의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미주는 초등학교 4학년 말 스카우트를 받아 배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배구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고 세터도 당시 감독의 권유로 맡았다. 하지만 공을 만질수록 세터만의 재미에 빠졌다. 김미주는 "내가 올려준 공을 공격수들이 잘 때렸을 때 그 쾌감이 나한테 같이 온다. 난 공격수가 잘 때릴 수 있게 도와주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스승 장윤희(56) 중앙여고 감독도 그런 제자의 변화에 주목했다. 특히 두 달 동안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훈련에 집중했던 시간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장 감독은 김미주가 이전에는 토스 마지막 순간 볼에 힘을 실어 보내는 슈팅력이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힘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볼 끝이 떨어지면서 공격 템포가 느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장 감독은 "5월 대회 끝내고 훈련을 조금 바꿨다. 토스를 낮게 하고 콤비를 맞춰서 가는 식으로 한 두 달 정도 훈련했다"며 "다른 팀들은 대회를 계속 나갔지만, 우리는 두 달 동안 잠적해 있다가 이번 IBK 대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변화는 다른 지도자들의 눈에도 보였다. 장 감독은 "다른 팀 감독님들도 (김)미주를 보고 '원래 저런 토스를 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이번 대회에서 평가가 괜찮았다"고 귀띔했다.
물론 결승에서도 성장통은 있었다. 1세트에서 팀 전체적으로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며 김미주가 코트를 뛰어다니는 상황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토스에서도 여유가 사라졌다. 장 감독은 "리시브가 안 되면 (김)미주도 뛰어다니기 바쁘다. 그러면 '빨리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끝까지 토스하지 못하고 급해진다. 그래도 결승 중간부터는 여유를 찾으면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선수 본인도 자신의 다음 과제를 명확히 알고 있다. 김미주는 "토스에 스피드를 더 붙여야 하고 슈팅력도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며 "프로에 가면 다양한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주가 추구하는 세터의 모습은 롤모델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본 남자 국가대표 세터 세키타 마사히로(33·제이텍트 스팅스)다. 175㎝의 세키타는 국제무대에서 작은 신장에 속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공격수의 타이밍에 맞춰 토스의 속도와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난 세터다. 김미주가 원하는 '빠르면서도 공격수를 편하게 만드는 토스'와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는 김다인(28·현대건설)의 플레이도 자주 살핀다.
김미주는 "세키타 선수가 딱 내가 추구하는 토스를 한다. 굉장히 스피드 있고 공격수에게 잘 맞춰주는 부분을 닮고 싶다"라며 "공을 가지고 있다가 공격수가 준비된 걸 보고 주는 부분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쉬는 시간에도 유튜브에서 VNL(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을 찾아보며 세계 정상급 세터들의 플레이를 챙긴다. 공격수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세계적으로 키 크고 힘 있는 세터들이 늘어가는 추세지만, 세키타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에 맞설 수 있다는 길을 제시했다. 김미주 역시 두 달간 토스 하나의 높이와 속도를 바꾸는 데 매달리며 작지만, 그 가능성을 맛봤다.
김미주는 "공격수가 가장 잘 때릴 수 있는 공을 올려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스피드 있는 세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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