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현지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나 정상에 오른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가 좋은 컨디션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안세영과 현실적인 격차를 인정했다.
일본 스포츠나비는 26일(한국시간)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을 돌아보며 야마구치의 패배를 두고 "전술의 벽을 절감한 완패"라고 평가했다.
이어 "야마구치가 아쉬웠던 것은 세계선수권 2연패를 놓친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나섰음에도 완패했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BWF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를 게임 점수 2-0(21-17, 21-14)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안세영은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했다.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2023년 처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섰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올해 다시 가장 높은 곳으로 돌아왔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안세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에게 우승을 내준 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완패라는 느낌"이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일본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간판스타 야마구치는 이번 세계선수권을 포함해 올 시즌 개인전 10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4회를 기록한 세계 정상급 선수다. 4강 진출에 실패한 것도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야마구치는 결승에 오르기 전까지 5경기에서 단 한 게임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으며 모두 2-0 승리를 거뒀다.
안세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승 전까지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특히 8강에서 세계랭킹 5위 한웨(중국)를 2-0으로 돌려세웠고, 준결승에서는 세계랭킹 3위 왕즈이(중국)마저 2-0으로 제압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유독 많은 체력을 소모한 것도 아니었다. 안세영과 야마구치 모두 최상의 경기력과 조건을 갖춘 채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안세영의 완승이었다.
스포츠나비는 "컨디션이 좋은 야마구치가 안세영에게 도전했기에 일본 팬 입장에서는 기대감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승부였다. 그러나 안세영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1게임에서는 야마구치가 과감한 공격을 펼쳤지만 접전 끝에 패했다"며 "2게임에서는 주도권을 빼앗지 못하고 완패했다"고 짚었다.
야마구치의 컨디션이나 체력이 문제는 아니었다. 스포츠나비도 "야마구치의 컨디션이 나빠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승에 올라오는 과정에서 체력을 지나치게 소모해 움직이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며 "오히려 어느 정도 좋은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매체는 큰 경기의 압박감 때문에 야마구치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야마구치는 2021년 우엘바, 2022년 도쿄, 2025년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단식 사상 최초의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과 자신의 두 번째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했다.
스포츠나비는 "두 번째 2연패와 사상 첫 4회 우승이라는 위업이 걸린 경기였지만 야마구치에게서 압박감을 느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이어 "야마구치는 압박감 때문에 위축되지 않고 좋은 상태에서 자신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안세영에게 완패했다는 사실이 더욱 분했다"고 설명했다.
야마구치 역시 "2연패는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솔직히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당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역시 분하다"고 털어놨다.


1997년생인 야마구치와 2002년생 안세영은 5살 차이다. 매체는 "안세영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도쿄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기대받는 신인이었지만 2023시즌 큰 도약을 이뤄 야마구치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며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야마구치 등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세영은 그 이후에도 계속 승리를 추가하고 있다. 지금은 안세영을 이길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인정했다.
또 스포츠나비는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올 시즌 개인전 8개 대회에서 7차례 우승했고 단체전에서도 자신이 출전한 경기를 모두 이겼다"며 "8개월 동안 단 한 번만 패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야마구치 역시 안세영과의 격차를 냉정하게 인정했다. 그는 귀국 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안세영은 나보다 어리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나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나이나 경험치를 쌓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며 "이대로 해서는 좀처럼 승기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마구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안세영을 넘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도 변화를 주겠다고 예고했다.
야마구치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의 방법을 조금씩 바꾸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지 않으면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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