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 김성현'의 시간은 끝이 났다. 21년간 김성현(39·SSG 랜더스)의 커리어를 대변하듯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 자체로 빛났다.
김성현은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해 1회말을 마친 뒤 정준재와 교체됐다.
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20순위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입단해 올 시즌까지 21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한 김성현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성현은 "너무 감사하다. (은퇴식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래 뛰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며 "어쩌다보니 원클럽맨이라는 수식어로 불러주시고 은퇴식도 성대하게 열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화려하게 빛난 선수는 아니지만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긴 시간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통산 1622경기에서 타율 0.268(4283타수 1149안타) 46홈런 456타점 559득점 49도루, 출루율 0.335, 장타율 0.349, OPS(출루율+장타율) 0.684를 기록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축복 받은 것이다. 박수 받으며 떠나기가 쉽지 않다. 코치로서도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 잘 할 것 같다"며 "오늘은 한 타석, 수비 한 번만 하지만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1회초 수비와 1회말 공격까지 마친 뒤 교체가 예정돼 있었다.
플레잉코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코치 역할만 담당했다. 그럼에도 은퇴식을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욕심이 났다. 김성현은 "한 번도 후회하거나 (다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고 나도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재밌었다"며 ""나가서 이상한 걸 하면 안 되니까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재미있더라. 생각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 수비만 했다"고 전했다.
한 때 팀 선배이자, 코치, 감독이었던 적장 김원형 두산 감독에게 특별한 청탁(?)도 했다. 김 감독은 "어제 잠깐 연습할 때 와서 인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며 "은퇴식을 하는데 한 타석에 들어간다고 봐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이어 "성현이는 내가 고참일 때 들어왔을 때에도 신체조건에 비해서 야구는 야무지게 했다. 성향적으로는 귀여웠다"며 "코치 때도 나는 투수 쪽이고 나이 차이도 있도보니 많은 대화는 못했지만 가끔 대화해도 불편함 없이 다가와서 대화하는 선수였다. 감독하면서도 대화하면 농담도 하고 불편함을 못 느끼는 선수였다. 정이 많이 갔는데 나이 먹고 은퇴를 하게 됐다. 선수 생활 하면서 엄청 화려하진 않지만 필요한 존재였다. 은퇴하지만 한편으론 축하해야 한다.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지도자로서도 좋은 코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경기를 앞두고는 김성현 코치가 자녀들이 함께하는 '가족 합동 시구·시타·시포'를 진행했다.
통상 은퇴 경기를 위해 특별 엔트리에 오르는 선수들은 지명타자로 출전해 첫 타석을 마친 뒤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성현은 달랐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수비에서 기여도가 컸던 선수였기에 수비로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1회초 수비에 먼저 나선 김성현은 2사 1루에서 양의지의 뜬공 타구를 김성현이 빠르게 쫓았고 깔끔히 처리하며 이닝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쳤다.
1회말 공격에서 곧바로 선두 타자로 나섰다. 1구 볼을 지켜본 김성현은 2구부터 끈질긴 커트로 8구 승부를 펼쳤다. 최민석은 줄곧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집중력 높은 승부를 펼쳤으나 8구 시속 147㎞ 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보더라인에 완벽하게 걸쳤고 루킹 삼진으로 마지막 타석을 마무리했다.
2회초 수비를 앞두고 정준재가 그라운드로 나섰고 김성현은 유격수 박성한, 정준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어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특별히 현장을 찾은 '절친' 최정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끝으로 '선수 김성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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