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랜더스 '베테랑 타자' 오태곤(35)이 최근 매서운 타격감과 노련한 승부사 기질로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최근 10경기에서 16타수 9안타, 타율 0.563이라는 경이로운 폭발력을 과시 중인 그는 화려한 수치보다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이야기했다.
오태곤은 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7회 대타로 출전해 결승타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9-6 역전승을 견인했다.
사실 이날 SSG는 경기 중반까지 키움에 1-6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오태곤 역시 경기 후 "(상대 팀) 여동욱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만 해도 오늘 경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경기 흐름을 돌아봤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1점씩 따라붙고 (한)유섬이 형도 홈런을 치면서 선수들 모두 '이거 되겠다'고 느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이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로 더그아웃에서 대기하며 승부처마다 존재감을 발휘해 야구팬들 사이에서 '9시의 남자'로 불리는 오태곤의 방망이는 이날도 결정적이었다. 팀이 3-6으로 뒤진 7회초 1사 1, 3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점수를 4-6으로 좁히며 불씨를 지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초 무사 1, 2루였다. 오태곤은 번트 자세를 취하다 기습 강공으로 전환하는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키움 마무리 유토를 흔들며 결승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알고 보니 작전 사인이 아닌 스스로 판단한 것이었다.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슬래시 사인을 주신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번트를 대려 했다"면서도 "상대 유격수 수비 위치를 보니 3루 베이스 쪽으로 바짝 붙어 있더라. 이대로 번트를 대면 3루로 향하는 주자가 100% 죽겠다는 판단이 서서 강공으로 바꿨다. 강하게 굴리자는 생각이었는데 큰 바운드가 나오면서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웃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지만 대타로 나서는 타석은 늘 살얼음판이다. 오태곤은 "대타는 못 치면 나 때문에 진 것 같아 늘 부담되고 긴장된다"며 "야구는 확률 싸움이라는 것으로 접근한다. 그 확률을 몇 퍼센트라도 올리기 위해 ABS 태블릿을 활용해 상대 투수의 코스와 높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들어간다"는 말로 대타 준비 과정을 전했다.
'9시의 남자'라는 애칭에 대해서도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반에 주로 투입되다 보니 팬분들이 붙여주신 별명인데, 그렇게라도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태곤아, 준비해라' 하시면 나도 모르게 시계를 본다. 오늘도 8시 45분이라 세 번은 확인했다. 9시가 되면 하늘이 도와주려나 싶기도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타석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이날 역전승으로 한화 이글스를 9위로 밀어내서 8위로 올라선 SSG다. 순위 상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오태곤은 "팬분들께서는 돈을 주고 야구를 보러 오시는 것이다. 단 1승이라도 팬분들께 선물해 드리는 것이 프로 선수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태곤은 "내년 시즌도 있고, 특히 우리 팀에게는 2028년 '청라돔 시대'라는 미래가 있다. 어린 선수들은 감독님과 프런트 눈에 들어야 뛸 수 있기 때문에 팀 전체가 큰 동기부여를 갖고 뛰고 있다"며 팬들을 위해 이번 시즌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