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이전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그가 이적 후 천금 같은 활약을 해내고 있다. KBO 최초 역사를 쓴 사나이의 기세가 대단하다. 사령탑도 그의 기세를 믿고 선발로 내보냈을 정도. 그리고 또 한 번 그는 사령탑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9회 2사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호연(31)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16-11 승리를 거뒀다.
KIA는 지난 25일 9회말 이호연이 KBO 역사상 최초로 '2사 후 대타 끝내기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16-5로 승리했다. 그리고 26일 승리까지 더해 2연승에 성공했다.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KIA는 이제 27일 오후 6시 30분 열리는 롯데전에서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 스윕에 도전한다.
이 승리로 KIA는 62승 50패 2무를 마크하며 리그 단독 4위 자리를 지켰다. 최근 2연승 성공. 같은 날 NC 다이노스를 누른 3위 LG 트윈스와 승차도 0.5경기를 유지했다.
KIA는 26일 경기에서 올 시즌 리드오프를 주로 맡았던 박재현이 아닌 이호연이 1번 타순에 배치됐다.
이유가 있었다. 이 경기에 앞서 이범호 KIA 감독은 "(박)재현이가 약간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해서 1번 타순에 관해 고민하다가 이호연을 넣었다. 25일 기가 있다.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웃은 뒤 "그 기운을 오늘까지 잘 이어줬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호연은 리드오프로도 만점 활약을 해냈다. 5타석 3타수 2안타 1타점 4득점 1몸에 맞는 볼 1볼넷의 좋은 활약을 펼친 것.
1회말 첫 타석부터 그는 출루에 성공했다. 롯데 선발 로드리게스가 던진 공에 맞으며 몸에 맞는 볼로 걸어 나갔다. 이어 김도영의 스리런포 때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올렸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등장,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잘 공략했다. 이어 1사 후 김도영의 좌중간 적시 2루타 때 또 홈인, 이날 2득점째를 기록했다.
이호연의 정교한 타격은 계속 이어졌다. 4회 무사 1루 기회에서 세 번째 타석을 밟은 이호연. 이번에는 로드리게스의 초구 바깥쪽 152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 적시 2루타로 연결했다. 그의 방망이가 제대로 물이 올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안타였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5회말에는 2사 1, 2루 기회에서 롯데 불펜 김한결을 상대, 침착하게 볼 4개를 연속으로 골라냈다. 그가 이날 4출루 경기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이후 김선빈의 3타점 중월 적시 2루타 때 홈인, 또 득점에 성공했다. 7회에는 이민석을 상대로 삼구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사령탑인 이범호 KIA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이호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 감독은 만루홈런 당시 상황에 관해 "홈런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한 채 계속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는데, 홈런이 돼 놀랐다. 인터뷰도 봤는데 뭉클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옆구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계속 조금 안 좋았다. 퓨처스리그에서 그 부분 때문에 타격에서 자신의 밸런스가 계속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걱정하면서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에 출전했는데 그래도 이 경기를 터닝 포인트로 삼아 앞으로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좋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밸런스가 좋다고 해 1군으로 올렸다. 폭염 브레이크 때문에 경기에 많이 못 나갔다. 그런데 연습하면서 타격하는 것과 저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진 생각을 들어보면 굉장히 좋았다. 언제쯤 한 번 선발로 계속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9회 2사 만루 상황 때) 기록을 보니, 김원중 상대로 안타를 쳤더라. 워낙 타격 기술은 갖고 있는 친구라, 안타 하나는 언제든지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난 시즌에도 타율이 3할 4푼 정도(0.343) 됐다. 저희도 그걸 보고 KT에서 데려온 부분도 있다. 대타도 굉장히 잘 소화하는 친구라 중요한 상황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래서 중요한 상황이 오면 호연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기회가 마지막에 왔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만루홈런 당시 이호연은 초구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배트를 헛돌렸다. 2구째 속구(146km)는 바깥쪽으로 멀리 빠졌다. 3구째 포크볼 역시 바깥쪽 높은 코스로 빠지며 볼이 됐다. 이어 4구째. 김원중의 포크볼(133km)이 한가운데로 몰렸고, 이호연이 이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여기서 이 감독은 특히 초구 헛스윙에 주목했다. 그는 "아마 낮게 공을 던지려 할 테니까, 좀 존을 높게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구 낮은 공에 스윙하고, 이후 공 2개를 지켜보니까 초구에 긴장이 좀 풀렸던 것 같다. 초구 스윙 후 긴장이 풀리면서 스트라이크 존 높이를 잘 설정했다고 본다. 김원중은 풀카운트에서도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투수다. 본인도 그 구종을 머릿속에 많이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만루에서는 포크볼을 낮게 던지기 힘들다. 블로킹 실수가 나오면 바로 점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공보다는 높은 공을 던질 상황이 많으니, 거기에 타이밍을 잡고 있으라'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래서 초구 헛스윙 후 존을 높게 설정한 상태에서 실투가 왔을 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치밀하게 분석했다.
광주수창초-진흥중-광주제일고-성균관대를 졸업한 이호연은 지난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3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KT 위즈를 거쳐 지난해 11월 열린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1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아 이적했다.
KIA는 아시안게임 기간에 박재현이 대표팀에 합류, 결전지인 일본으로 떠난다. 이에 리드오프 자리가 고민일 수도 있는 상황. 현재로서는 이호연이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KIA는 부진했던 이의리마저 완벽하게 부활했다. 다른 구단 역시 아시안게임 기간에 주축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낸다. 그런데 이러면 KIA는 타 구단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KIA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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