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에 유독 강했던 좌완 이승현(24)이 상성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선발 역할을 잘 수행하며, 삼성 라이온즈 벤치의 계산된 승부수를 보기 좋게 적중시킨 모양새다.
이승현은 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2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LG 톨허스트(6이닝 무실점)와의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피칭으로 연패 탈출이 절실했던 팀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탰다.
사실 이승현에게 이날 호투는 더욱 남달랐다. 그는 지난 4월 8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무려 11피안타와 함께 8개의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한 아픔이 있었다. 당시 박진만 감독은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됐다"며 불펜 투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왕 대접'을 받는 선발 보직의 무게감을 강조하는 쓴소리와 함께 이승현을 2군으로 보냈다. 1군 복귀에 대한 기약도 없이 혹독한 재조정의 시간을 겪어야 했던 사령탑의 이례적인 질책이었다.
뼈아픈 시련을 딛고 칼을 갈아온 이승현은 사령탑의 믿음 속에서 지난 7월부터 다시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1군 엔트리 등록 후 불펜과 선발 보직을 오갔지만, 그가 강했던 LG를 겨냥해 다시 한번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커리어 통산 이승현은 5일 경기 결과를 포함해 LG 상대 27경기(선발 6차례) 등판해 3승 4패 1홀드 평균자책점 4.42로 자신의 커리어 평균자책점(4.99)보다 더 좋은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LG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통산 0.226으로 낮은 편이다. 사실상 표적 등판에 가까웠다.
이승현은 완벽한 투구로 그 믿음에 보답했다. 최고 시속 146㎞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LG 좌타 라인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 1회말 선두타자 신민재를 삼진 처리한 뒤 스트라이크 낫아웃 포일로 출발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4회 삼자범퇴를 포함해 매 이닝 주자가 나갔음에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이승현의 무실점 호투는 불펜의 난조로 다소 빛을 잃었다. 지난 7월 1군 콜업 이후 주로 롱릴리프로 뛰며 최다 투구 수가 74구에 불과했던 이승현은 다소 이르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바통을 이어받은 임기영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구원 등판한 배찬승이 유도한 외야 뜬공 때 우익수의 판단 미스로 선제 2타점 적시타를 헌납하며 결국 0-3으로 리드를 내줬다. 5이닝을 완벽히 책임졌던 이승현의 빈자리가 진하게 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승현이 톨허스트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준 덕분에 7회초 3득점하며 다시 박빙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11회초 강민호의 결승 적시타로 경기를 품었다. 이 승리로 삼성은 KT 위즈를 밀어내고 다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벤치가 부여한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낸 이승현의 투구는 분명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선발 (이)승현이가 역시 LG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5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면서 중간 싸움으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을 훌륭하게 마련해줬다"며 표적 등판을 사실상 인정했다. 과거 사령탑의 뼈아픈 질책을 자양분 삼아 완벽하게 부활한 이승현이 이번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삼성 마운드의 핵심 카드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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