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이범호(45) 감독이 똑같은 9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이틀 간격으로 다른 선택을 했다. 이틀 전 창원에서는 공 2개를 지켜본 뒤 곧장 이의리(24)를 바꿨고, 이틀 뒤 광주에서는 끝까지 맡겼다. 대체 무엇이 달랐을까.
이범호 감독은 5일 광주 KT 위즈전을 앞두고 전날(4일)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방문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KIA가 3-2로 앞선 상황이었다. 마무리로 등판한 이의리는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허경민과 문상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김민석의 투수 앞 땅볼로 1사 2, 3루가 됐다. 김상수를 상대로는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고도 볼 4개를 연달아 던져 만루를 허용했다. 장준원을 3구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2사 만루에서 3할 타자 최원준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이때 이범호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이 감독은 "(이)의리에게 던질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의리가 착한 선수라 그런 상황에서 또 던질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무슨 말을 하는지, 괜찮다고 해도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보고 싶었다. 좋지 않으면 뒤에 투수를 준비시키려고 했는데 담담하고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단순히 현재 구위만 확인하려던 방문이 아니었다. 불과 이틀 전 창원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의리는 지난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이의리는 2-2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고 이우성에게 중전 안타, 블레인 크림에게 볼넷을 주며 흔들렸다. 박건우, 김휘집을 2연속 외야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으나, 다시 안중열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이범호 감독은 마운드 방문 없이 지켜봤다. 그리고 이의리가 김형준에게 던진 공 2개가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자, 마운드를 성영탁으로 교체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성영탁이 김형준에게 볼 3개를 연달아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KIA는 2-3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틀 뒤 같은 9회 2사 만루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이의리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표정을 본 뒤 결정을 내렸다. 끝까지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남은 이의리는 최원준과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3-3 동점을 내줬다.
자칫 이틀 전 악몽이 반복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후속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역전만큼은 막았다. 그리고 연장 10회 타선이 결승점을 만들면서 KIA는 4-3으로 승리해 연패에서 벗어났다.
승리만큼 이 감독이 반긴 건 이의리가 같은 위기를 다시 마주하고도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감독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의리에) 끝까지 밀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문제없이 잘 던져줬다. 이런 경험도 해내야 나중에 더 성장할 수 있다. 의리가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김현수를 잘 잡아내 줘서 우리가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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