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숙 아시아조각연구회 회장] 서울시 중구 만리동에 위치한 손기정체육공원은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1912~2002)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장소도 의미가 크다. 그의 출신학교인 양정 중·고등학교를 이전한 후 일부에 조성한 문화·체육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을 연습했던 길을 따라 러닝트랙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러닝트랙의 시작점 옆에는 달리는 모습의 손기정 동상을 볼 수 있다.
이 동상은 작품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작가 미상의 작품이다. 더욱이 올림픽 당시 손기정 선수의 신체적 특징과 얼굴 모습, 운동화 등을 충분히 고증하지 않은 채 제작됐다. 실제 손기정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이 조각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손기정 선수는 일제강점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를 제패함으로써 억압받던 한민족에게 희망의 상징이자 영웅적 존재로 떠오른 인물이다. 당시 3대 민족지 가운데 하나였던 '동아일보'는 일장기를 말소함으로써 무기정간을 당했고, '조선중앙일보'와 '조선일보'도 휴간을 당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은 오히려 조선 독립의 그날을 염원하고, 구국의 영웅 출현을 갈망하던 민중의 소망을 더욱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40년 한국 최초의 근대조각가 김복진의 마지막 작품인 '소년'상은 민족적 영웅 손기정의 이미지를 모델로 삼아, 새롭고 진취적인 민족의 미래상을 소년의 모습에 투영한 작품이다.
소년상은 절제된 조형과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스스로 생명력을 발산하는 신비로운 김복진 최후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시대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을 함축하면서, 조선의 힘과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시대의 소년상을 손기정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김복진은 인물을 형상화할 때 대상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야 하며, 조각가는 "구리 속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조각가의 지위는 "생명의 창조"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다. 이처럼 역사 속 영웅을 조각으로 형상화할 때에는 외적으로 보이는 형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인물이 지닌 정신세계와 그 시대의 시대정신까지 함께 함축되어야 비로소 보는 이에게 귀감이 되고 생명력 있는 형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설치된 조각상은 실제 손기정 선수의 모습과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첫째, 얼굴과 머리카락의 형태가 다르다. 둘째, 당시 손기정 선수가 신었던 운동화는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 사이가 갈라진 육상화 지카다비(地下足袋)였으며,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었다. 셋째, 마라톤 선수였던 손기정의 신체적 골격과 근육의 표현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 러닝트랙 옆에 설치된 이 조각상은 손기정체육공원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그 조각 형상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민족혼을 일깨우고 한민족에게 희망을 안겨준 손기정 선수의 조각상이라면, 무엇보다 그 영웅을 영웅답게 표현한 조각상이어야 할 것이다.

신은숙 조형연구소 소장은 현재 아시아조각연구회 회장과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전문위원 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장춘 동북사범대학교 석좌교수이며 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 국새 제작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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