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선수들의 좋은 체격과 강한 힘은 왜 그만큼의 빠른 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현장을 경험한 다카하시 준이치(50) S&C(Strength & Conditioning) 코치는 몸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연동성'에 주목했다.
다카하시 코치는 최근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개최한 '선진 S&C 이론 및 실기 보급 강습회'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한국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골격이 크다. 그런데 그 좋은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자동차에 빗댔다. 다카하시 코치는 "한국 선수들은 차 자체는 크고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차를 제대로 운전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큰 체격의 한국 투수가 기대만큼 구속을 내지 못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나온다. 그 이유를 묻자 다카하시 코치는 곧바로 움직임의 연동성을 꼽았다. 다카하시 코치는 "하나 하나의 요소는 한국 선수들이 더 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움직임의 연동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투구는 팔 하나로 만들어지는 동작이 아니다. 하체에서 만들어진 힘을 골반과 몸통, 어깨와 팔을 거쳐 공까지 전달해야 한다. 다카하시 코치가 강습 내내 골반과 신체 컨트롤을 강조한 이유다. 아무리 각각의 부위가 강해도 적절한 순간에 하나의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가진 힘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

키 178㎝, 몸무게 79㎏의 비교적 작은 체격에도 최고 시속 159㎞를 던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8·LA 다저스)는 이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 시절부터 400g짜리 플라스틱 창을 던지는 독특한 드릴로 유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한때 '창 던지기' 자체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핵심은 창이 아니었다. 야마모토는 창을 던지는 과정에서 전신을 사용하고,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순서와 타이밍을 가다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수마다 체격과 가동성, 통증 이력과 투구 메커니즘이 다른 만큼 야마모토에게 효과가 있었던 드릴이 다른 투수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진행한 미국 IMG 아카데미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국 고교 유망주들이 현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 다양한 '드릴'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성준(17·충암고)은 "IMG 코치님들이 다양한 드릴을 가르쳐주고 스스로 해볼 시간을 줬다. 그중 내게 필요하고 내 몸에 맞는 드릴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의 훈련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먼저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고 한국 투수들이 더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연동성 부족' 하나로 돌릴 수는 없다. 국내에서 선수들을 지도해온 윤형준(39) 트레이너는 "투수는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고 거기에서 파워도 나와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수는 자신의 키에 가까울 정도로 긴 스트라이드를 가져가면서 몸 전체를 크게 이동시킨다. 큰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폭발적인 힘까지 만들어야 한다. 윤 트레이너가 "의외로 타자보다 투수 육성에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결국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하면 된다'거나 반대로 '유연성을 높이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카하시 코치 역시 "자신의 몸에 대한 정확한 측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도 필요하다"면서도 "단순히 숫자(구속)를 올리기 위해 트레이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더니 결과적으로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야구는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을 겨루는 종목이 아니다. (시속) 160㎞ 빠른 공을 던져도 맞을 수 있고 140㎞ 공을 던져도 범타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도 높은 강속구 투수는 어느 하나만 키운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힘, 그 힘을 공까지 전달할 움직임, 큰 동작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안정성 모두를 가져가야 했다.
한국 투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부품(근육)'을 만드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부품들을 언제, 어떤 순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할 것인가. 구속을 이야기하기 전에 몸을 쓰는 방법부터 다시 되짚어 볼 때가 됐다.
- 160㎞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① "한국 선수는 좋은 차 갖고도 운전을 못합니다" 몸은 일본보다 좋은데 '대체 왜', ML 34승 日 투수 만든 트레이너의 진단
② "부품은 좋은데 연결이 안 된다" 178㎝ 日 야마모토는 159㎞... 더 큰 韓 투수는 왜 힘을 구속으로 못 바꾸나
③ "어릴 때부터 더 던지고 더 치면 잘할까?" 日 특급 트레이너는 반대로 말했다 "야구만 해서는 야구가 늘지 않는다"
④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 찾아야" 美 야구 15년 교재 삼은 韓 야구, 이젠 우리만의 '뉴 노멀'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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