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나라에서 야구를 시작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 팬들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마음을 건넸다.
KBO 4년 차 오스틴 딘(33·LG 트윈스)의 미국 집에는 한국 팬들에게 받은 선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에게 팬들이 건넨 선물은 이제 셀 수 없을 정도다.
오스틴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한국에서 4년 동안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거의 매일 여러 가지 선물을 받는데, 그런 문화 자체가 KBO 리그 팬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나는 선물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팬들이 직접 만들어주는 것들은 정말 특별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받은 것들을 가지고 있고 미국 집에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팬이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오스틴과 첫째 아들 댈러스의 모습을 정성스럽게 담아낸 초상화였다. 오스틴은 "정말 아름답게 그린 그림이었다. 너무 감동해서 내가 직접 그분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렸고 그림 실력도 정말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디에서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고, 한국 팬들에게 정말 존경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국 팬들의 세심함에 놀란 것은 오스틴만이 아니었다. 올해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처음 KBO 리그를 경험하고 있는 샘 힐리어드(32)는 과자 선물을 떠올렸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제품이었지만, 팬들은 힐리어드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내 직접 찾아 건넸다.

선수만 챙긴 것도 아니었다. 힐리어드와 큰아들 잭슨의 이름을 각각 새긴 네임 태그를 만들어준 팬도 있었다. 힐리어드는 "팬들이 항상 선물을 많이 주신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어서 익숙하지 않았다"며 "내 이름과 잭슨의 이름이 적힌 네임 태그를 받은 적도 있고, 내가 미국에서 먹던 과자 같은 것을 구해서 선물해주시기도 한다. 정말 친절하고 사려 깊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KBO에 데뷔해 올해 KT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로건 앨런(29)은 어린 팬들을 먼저 떠올렸다. 로건은 "어린 팬들이 직접 쓴 카드나 그림, 야구 카드, 편지 같은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영어로 직접 편지를 써서 주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흔하지 않다. 진심을 담아 직접 만든 작은 선물들이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크다"고 했다.
팬과 선수 사이의 거리도 미국에서 경험했던 야구와는 달랐다. 로건은 "미국에서는 팬들이 선수에게 접근할 기회가 한국만큼 많지 않다. 경기장 구조부터 모든 것이 훨씬 분리돼 있다. 한국에서는 매일 팬들 옆을 지나가고 자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건이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물리적인 거리보다 팬들이 선수에게 보내는 관심과 애정이었다. 로건은 "한국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디 출신인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물어봐도 알 것 같은 느낌"이라며 "미국에서는 몇 경기 못하면 팬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잘하든 못하든 계속 팬으로 남아주고 사랑해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한국이나 선수들이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다면 힘든 시간을 조금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2022년 KT에 입단해 3시즌을 보낸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올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 복귀한 웨스 벤자민(33)에게도 팬들의 손길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은 것은 음식보다 글이었다.
벤자민은 "미국에서는 팬들이 사인을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팬들은 손 편지부터 여러 가지를 정말 많이 챙겨주신다"며 "먹을 것도 많이 받았는데 팬들이 주신 선물 중에는 김치전도 있었다"라며 "팬들이 써주신 긴 내용의 편지들도 있다. 그런 편지를 읽을 때마다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KBO 리그의 응원 문화 자체에도 푹 빠졌다. 벤자민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응원가와 KT 시절 앤서니 알포드의 응원가를 특히 좋아했고, KT에서 뛰던 시절부터 두산의 응원가도 즐겨 들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도, 거쳐온 팀도 모두 달랐다. 그러나 네 외국인 선수가 꺼낸 기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팬들은 그라운드 위 성적만 응원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가족의 이름을 새겼으며,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과 한 글자 한 글자의 편지에 담았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서 만난 '정'은 그렇게 작지만 오래 남는 선물 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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