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서울 삼성이 개막 5연승을 질주하며 이제 구단 역사까지 넘보고 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7일 원주 DB프로미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시즌 프로농구 원주 DB와 원정 경기에서 95-92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이제 구단 역사까지 눈앞이다. 삼성이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2003~2004시즌 작성한 구단 역대 개막 최다 6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여기서 한 경기만 더 이기면 개막 7연승이라는 새로운 구단 기록을 세우게 된다.
KBL 전체를 통틀어 개막 최다 연승 기록은 2011~2012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8연승이다.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올 시즌 삼성의 기세를 생각하면 마냥 먼 기록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DB전에서도 삼성의 상승세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까지는 팽팽했다. 삼성이 2쿼터까지 46-45, 단 1점 차로 앞섰다.
하지만 승부는 3쿼터 들어 크게 기울었다. 삼성은 3쿼터에만 무려 37점을 몰아쳤다. DB가 23점을 기록하는 동안 공격력을 폭발시키며 순식간에 격차를 벌렸다.
DB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쿼터 삼성의 득점을 12점으로 묶고 24점을 쏟아부으며 거세게 추격했다. 그러나 삼성은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3점 차 짜릿한 승리를 완성했다.
이날 삼성의 외국인선수 케렘 칸터가 승리에 앞장섰다. 칸터는 37분14초를 뛰며 27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골밑을 장악한 것은 물론 동료들의 득점까지 살려내며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베테랑' 이관희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직전 창원 LG전에서 10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탠 이관희는 이번 DB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34분04초를 소화하며 19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 9개 가운데 4개를 적중시키며 DB의 외곽 수비를 흔들었다. 승부처에서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격차를 벌린 3쿼터에만 12점을 몰아넣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한호빈도 15점 8어시스트로 공격을 조율했다. 3점슛은 5개 가운데 4개를 적중시켰다. '2년차' 이규태 역시 11점을 보태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안양 SBS-KT&G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대구 오리온스 수석코치와 감독, 서울 삼성 수석코치 등을 거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대표팀 지휘봉도 잡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 정상에 오른 경험도 있다. 김 감독은 2022년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의 제10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검증된 우승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자 팀도 빠르게 달라졌다.
삼성은 최근 오랜 부진의 터널을 지나왔다. KBL을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5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올여름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이원석의 상무 입대, 이대성의 부상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 있었고 감독 선임도 늦어졌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갑작스러운 변수까지 발생했다.
자연스럽게 올 시즌에도 삼성을 하위권으로 예상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김상식 감독 역시 부임 당시 화려한 목표보다는 현실을 바라봤다. 그는 "꼴찌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팀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삼성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삼성의 시선은 새로운 구단 역사로 향한다. 개막 5연승까지 거침없이 달려온 삼성이 다음 경기까지 승리하면 구단 역대 개막 최다인 6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더 나아가 또 한 번 승리한다면 그동안 삼성이 밟지 못했던 개막 7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다음 상대들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오는 21일 '디펜딩 챔피언' 부산 KCC를 만난 뒤 24일 '또 다른 우승후보'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한다.
하지만 이미 '정규리그 챔피언' LG와 '우승후보 1순위' DB라는 강호들을 연달아 넘어선 삼성이다. 그렇기에 다음 경기가 기다려질 만큼 걱정보다 기대와 설렘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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