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아섭(38)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KBO 리그 최초 3000안타에 가장 가까운 선수였다. 이제 남은 안타는 345개. 그러나 그 숫자를 채우기에 앞서 과제가 생겼다. 안타를 쌓을 수 있는 타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9일 손아섭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지난 4월 한화 이글스에서 트레이드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손아섭은 2024년 6월 20일 두산전에서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때려 박용택의 2504안타를 넘어 KBO 통산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직전인 2023년에는 타율 0.339, 187안타로 생애 첫 타격왕까지 차지했다. 당시 3000안타까지는 495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매 시즌 150안타 이상을 생산했던 페이스를 고려하면 3년 안팎이면 사상 첫 3000안타도 현실적인 목표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희망은 불과 한 달 만에 사라졌다. 손아섭은 그해 7월 수비 과정에서 동료와 충돌해 왼쪽 무릎 후방십자인대를 다쳤다. 결국 2024시즌은 79경기 95안타에 그쳤고, 그 탓에 2010년부터 이어오던 100안타 행진도 14년 연속에서 멈췄다.
입지도 차츰 불안해졌다. 이듬해 NC가 최원준(29·KT 위즈)과 이우성(32·NC)을 영입하면서 외야 교통정리에 나섰고, 손아섭은 2025년 7월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데뷔 후 첫 트레이드였다. 당시 손아섭 스스로도 "내 자리가 좁아진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절치부심했던 2025시즌 전체 성적은 111경기 타율 0.288(372타수 107안타), 7홈런 50타점, OPS 0.710으로 나쁘지 않았고 FA 등급도 부담이 가장 적은 C등급이었다.
그러나 겨울 FA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수비 활용도가 줄어든 데다 2020년 이후 두 자릿수 홈런이 없던 코너 외야수였다. 2022년 894⅔이닝이었던 우익수 수비 이닝은 2025년 314이닝으로 줄었다. 코너 외야수라면 장타력이, 지명타자라면 더 강한 공격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38세 손아섭의 활용 범위는 애매하게 느껴졌다.
결국 손아섭은 올해 1월 FA 대상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한화와 1년 연봉 1억 원에 계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아섭은 한화에서 사실상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두산으로 트레이드됐고, 두산에서도 54경기 176타석 출전에 그쳤다. 올해 정규시즌 타율 0.236(157타수 37안타), 1홈런 15타점, OPS 0.581이었다. 통산 안타는 2655개에서 멈췄다.
새 팀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1위 KT와 2위 삼성 라이온즈, 4위 LG 트윈스는 이미 외야진이 탄탄하고, 3위 KIA 타이거즈와 8위 NC 역시 중견수 고민은 있어도 코너 외야와 지명타자로 활용할 자원은 충분하다. 나머지 구단도 수비 활용도와 장타력이 줄어든 베테랑 코너 외야수·지명타자에게 많은 타석을 배정하기는 쉽지 않다.

손아섭을 방출한 두산만 해도 김민석(22·519타석)을 비롯해 김대한(26·140타석), 류승민(22·107타석) 등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할 젊은 외야 자원이 있다. 다른 구단 역시 외국인 선수 재계약과 FA, 트레이드 등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손아섭을 영입하려면 기존 선수들의 몫이던 적지 않은 타석을 나눠줘야 한다.
물론 손아섭이 갈 곳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왼손 대타나 지명타자 보강,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한 팀이라면 여전히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3000안타까지 남은 숫자는 345개다. 한 시즌 120안타씩 추가해도 거의 3년이 필요하다.
단순히 현역을 연장하는 것과 3000안타에 도전할 만큼 꾸준한 타석을 확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내년이면 39세가 되는 손아섭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숫자는 연봉보다 타석 수다.
2024년에는 손아섭이 언제 KBO 최초 3000안타를 달성할지가 관심사였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내년이면 39세가 되는 손아섭에게 그 도전을 이어갈 만큼의 타석을 어느 팀이 내줄 수 있느냐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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