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 김현수(38·KT 위즈)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마무리 박영현(23)의 존재 때문이었다.
김현수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났다. 삼성과 KIA에 비해 KT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묻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우리가 마무리는 강하지 않을까"라고 신뢰를 보냈다.
KT는 올해 정규시즌 90승 5무 49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오는 11월 2일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했다. 상대는 KIA 타이거즈 혹은 삼성 라이온즈 중 하나다. 둘 다 만만치 않다. KIA에는 10승 6패로 앞섰지만, 삼성에는 7승 9패로 밀렸다. 삼성은 KT가 올해 상대 전적에서 유일하게 열세를 보인 구단이다.
하지만 KT에도 믿는 구석은 있다. 어떻게든 막아내는 KT 수호신 박영현 덕분이다. 박영현은 올해 정규시즌 56경기에 등판해 7승 무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다. 61⅔이닝 동안 65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블론세이브는 4개였다. 지난해 35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후보들과 상대 전적이다. 박영현은 올해 KIA와 8경기에서 1승 무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7⅔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4개, 실점은 단 1점이었다. 볼넷 없이 삼진 9개를 솎아냈다. 삼성에도 강했다. 6경기에 등판해 5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를 남겼다.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이었다. 두 팀과 14경기에서 9세이브를 챙긴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LG 트윈스까지 탈락했다. 박영현은 올해 LG전에서 7경기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했다. 통산 성적에서도 LG는 34경기 평균자책점 7.67로 유독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러나 LG가 KIA에 준플레이오프 3연패로 탈락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는 만날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KT 불펜 전체가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KT의 팀 블론세이브는 22개로 KIA와 같았고, 삼성(17개)보다 5개 많았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4.68로 삼성(4.23), KIA(4.43)보다 높았다. 시즌 내내 고민도 많았다. 한동안 좌완 불펜은 전용주(26) 한 명뿐이었고, 아시아쿼터 스기모토 코우키(26)는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기복을 보였다. 이강철(60) KT 감독은 경기 후반마다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KT는 올해 단 한 번도 4연패를 당하지 않았고,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은 채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박영현이 흔들리는 불펜의 마지막을 지켜준 덕분이었다.
박영현은 올해 무려 19차례 멀티이닝을 소화했다. 단순히 9회만 책임지는 마무리가 아니라 8회부터 등판해 위기를 막아내는 역할까지 해냈다. 이 감독도 그런 박영현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2연투는 13차례로 리그 공동 28위였고, 3연투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연속 등판을 최대한 줄이면서 필요할 때 긴 이닝을 맡기는 방식으로 시즌 끝까지 구위를 유지하게 했다.

그만큼 마무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KIA와 삼성 역시 올 시즌 뒷문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KIA는 한때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평가받던 정해영(25)의 부진으로 뒷문 고민이 깊었다. 정해영은 올해 55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6.12에 그쳤다. 성영탁(22)에게 마무리 역할을 맡기기도 했고, 후반기에는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이의리(24)도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그러나 이의리마저 9월 말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고, 결국 전상현(30)이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전상현은 정규시즌 46경기에서 4승 2패 4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후반기 들어 구위를 회복했고, LG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는 연이틀 1⅓이닝씩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KIA에 아쉬운 점은 전상현에게 중요한 순간의 부담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KIA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려면 삼성과 플레이오프까지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불펜 운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범호(45) KIA 감독도 전상현의 투구 수와 피로도를 걱정하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전상현을 뺄 수 없다"고 인정했다.
삼성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KT처럼 확실한 마무리를 갖춘 팀에 가깝다. 김재윤(36)은 올해 64경기에서 7승 5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3.22로 구원왕에 올랐다. 친정팀 KT를 상대로도 7경기 5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로 강했다.

하지만 김재윤에게도 뚜렷한 숙제가 있다. 바로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다. 김재윤은 올해 홈에서 39경기 21세이브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에서는 25경기 14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으로 한 점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았다. 시즌 중반부터 이어진 극심한 홈·원정 성적 차이가 정규시즌 끝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삼성은 시즌 막판 불펜진의 피로 누적과 부상 선수들의 복귀 지연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9월 이후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45로 꼴찌 키움 히어로즈 다음인 9위였다.
이렇듯 KIA에는 가을 들어 더욱 강해진 전상현이 있고, 삼성에는 구원왕 김재윤이 있다. 하지만 KT에는 두 팀 중 누가 올라오더라도 올해 상대전에서 강세를 입증한 마무리 박영현이 있었다.
김현수 역시 박영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했다. 마무리만큼은 '박영현이 확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현수는 "(박)영현이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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